미국에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라는 사인판이 달린 거리가 500개 이상 존재한다. 동명의 학교들만 해도 110개교에 달한다. 적어도 수적인 면에서 흑인 민권운동가는 미국민들로부터 광범위한 인정과 존경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마틴 루터 킹’은 전국 어디서건 빈민가로 통한다. 강도와 마약사범, 뚜쟁이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인기 개그맨 크리스 록이 "마틴 루터 킹 블러버드에 산다면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가시 돋힌 조크를 던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권운동가들은 "처음 킹 목사의 이름을 명명할 당시부터 거리는 엉망이었다"고 지적하고 "그때에는 그 정도가 흑인들이 거주할수 있는 최상의 거리였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민권운동단체를 이끌고 있는 마틴 루터 킹 III은 "문제의 핵심은 킹의 이름이 붙은 거리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왔다는 점"이라며 정부당국을 원망했다.
이로 인해 흑인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제공해야 할 거리가 분노와 좌절의 거리로 변모했고 마틴 루터 킹이 민권의 상징이 아니라 빈민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플로리다주 킹 애비뉴는 좁디 좁은 골목길로 길이도 500피트에 불과하다. 그나마 가장 번듯한 길은 그의 고향인 애틀란타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드라이브로 킹이 살던 거리와 흑인전용대학들이 밀집한 아틀랜타 유니버시티 센터를 관통한다. 이 길은 그러나 코비 카운티로 접어들자 마자 메이브리턴 파크웨이로 변한다.
21일은 1986년부터 연방공휴일로 지정된 킹 목사의 생일. 68년 4월4일 제임스 얼 레이의 손에 암살된 킹 목사의 73번째 생일에 해당한다. 민권운동가들은 "킹 목사의 생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한 것도 좋지만 그의 이름이 빈민가의 상징처럼 되어선 안된다"며 당국이 이들을 도시재개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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