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있는 낸시 레퍼먼의 집 현관을 들어서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2층 난간으로부터 내려뜨린 축구 골대용 그물에 각양각색의 양말들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친지들이 보내온 250켤레의 양말들은 알록달록한 색깔은 물론, 스마일 마크, 고양이, 기린, 성조기, 에펠탑, 핼로윈, 추수감사절, 신년을 주제로 한 모티브들이 재치 있기도 하고, 애국적이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터무니없기도 하다.
그 양말들은 56세인 레퍼먼이 난소암에서 회복되도록 도와왔다. 도대체 건강 회복과 양말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야기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퍼먼과 가까운 친구의 19세난 아들이 호지킨스씨 병으로 입원해 있던 어느 겨울, 병원에서도 가능한 한 정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돕기로 한 레퍼먼은 마침 유대인들의 명절인 하누카의 전통대로 8일간 매일 다른 선물을 가지고 문병을 갔다. 마지막 날 그녀가 준 선물은 ‘구피’의 얼굴이 장식된 양말이었다.
"나 같으면 절대 신지 않을 것이었어요. 당시 그 애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해서 이불을 젖히고 양말을 신겨주면서 ‘네가 맞는 주사 때문에 아니라 이 양말 덕분에 낫는 거야’라고 말했죠" 그 말에 기운 없이 "네, 네"라고 대답했던 아이는 이후 골수이식 수술을 받으러 다시 입원할 때 그 양말을 챙겨 가지고 들어갔고 이제는 완전히 회복됐다.
2001년 6월, 어느 날 심한 복통이 난 레퍼먼은 맹장염인줄 알았지만 CT 스캔 사진은 난소 위에서 덩어리를 찾아냈다. 난소가 꼬인 덕분에 통증을 느낀 것이 행운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증상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이 난소암이라 손쓸 수가 없는 단계에서나 겨우 알아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종양이 악성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수술날짜를 받은 레퍼먼은 남편과 다 큰 3남매, 그들의 배우자들을 불러 앉혀 놓고 수술과 관련된 모든 가능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했다. "내 생각엔 암 같으니까 모두들 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나도 수술 경과가 좋을지 나쁠지 모르니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놓고 최선을 희망하자고 말했어요"
그 종양이 악성이었음은 수술 후에 알게 됐다. 그러나 자궁까지 절제해 버렸고 다행히 암이 난소에서만 자라는 제1단계였다는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증상이 없는 병의 특성상 레퍼먼처럼 초기에 난소암으로 진단 받은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래도 암이라니 충격이었다. 병이 진전되며 겪을 일, 사형선고가 두려워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암 환자지만 FP퍼먼의 가족과 친구들은 오늘날까지 계속 그녀에게 최고의 후원을 제공했고 그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전화한 것이 바로 몇 년 전 암에서 나은 그 청년이었다.
자신과 가족들의 가장 암울한 시절에 곁을 지켜준 그녀를 어떻게 도울지를 알고 싶어하는 청년에게 레퍼먼은 "양말! 양말이 너를 낫게 해줬으니까 나도 양말이 필요해"라고 말했다. 그 아이가 전화하기 전까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양말이 왜 튀어나왔는지는 자기도 모르는데 어쨌든 그 날 이후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레퍼먼은 양말 한 켤레를 사달라고 했고 소문이 퍼지면서 레퍼먼의 우체통, 현관 앞에는 매일 새 양말이 한두 켤레씩 쌓이기 시작했다.
양말들이 모이면서 레퍼먼은 화학치료를 끝낼 때까지 매일 다른 양말을 신기로 작정했고 아무리 힘들어 옷도 갈아입고 싶지 않은 날에도 양말만은 새 것으로 신었다. 화학치료가 끝나는 날은 어머니가 사준, 학사모가 장식으로 달려 있는 양말을 신었다.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져, 요즘 레퍼먼은 모자도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친구들도 모자를 사준다. "요즘은 옷에 맞춰 모자와 양말을 고르는 것이 일이랍니다. 보장은 없지만 건강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머리카락도 다시 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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