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게임 큐브를 조르던 아들과 함께 지난 연말 동네 K마트에 갔었다. 다 팔렸다고 했다. 장사 참 잘되는구나 했는데 뭘 몰랐다고 할까, 순진했다고 할까. 그 K마트가 지난 화요일 파산을 신청했다.
연말 매상이 전 해 보다 1% 줄었다는 것이 파산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나 그만 일로 자산 170억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이 무너졌다면 타운 영세업소는 수 십 군데는 더 문을 닫았겠다.
K마트는 파산이라는 방패막 아래 다시 일어설 채비를 갖춰가고 있지만 그러고 보니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유명업체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십 수년전 샌디에고 칼스배드에 이민짐을 푼 후 늘 가던 젬코(Gemco)는 이제 발음하기도 생경한 업체가 됐다. 세리토스 사는 직장동료가 자주 말하던 페드코도 사라졌고, 몽고메리 워드도 파산충격을 던졌다. 베스트, 서비스 머천다이즈등 한인들도 한 두 번은 찾았을 소매체인들도 이미 갔거나 있어도 존재가 희미하다. 비즈니스 무상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 식당은 고양이 보다 평균 수명이 짧다.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진 유명 패밀리 식당들이 가만 꼽아보면 한 두 곳이 아니다.
비즈니스가 파산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쟁 때문이다. 경쟁은 활기, 아이디어, 자기혁신등을 가져오지만 지면 모든 것을 내놔야 하는 비정한 서바이벌 게임이기도 하다.
한 한인은행은 지금 번호표를 받고 기다릴 만큼 성업중인 한 타운 식당의 융자신청을 거절했다. 타운 식당들은 워낙 경쟁이 심해 일시 만원사례 현상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은행의 변이다.
미 유통업계 파산 사상 최대규모로 꼽히는 K마트도 경쟁에 뒤진 것이 파산의 직접원인으로 보인다. 가격에서는 월마트, 품질에서는 타겟에 밀렸다.
유통업계 1위 월마트는 기라성 같은 기업들을 물리치고 어제 경제전문잡지 포춘에 의해 세계최고 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린 반면 2위 업체 K마트는 그보다 불과 이틀전 파산하고 말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1등과 2등의 차는 이렇게 엄청나다.
서서히 시청률 상승의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TV연속극‘상도’를 봐도 개성 송상은 경쟁업체인 의주 만상이란 존재를 용납하지 못한다. 술수를 써 쓰러뜨리고 행여 재기의 싹이 돋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게 지난 주까지의 상황이다. 공존이 절대 가능하지 않은 것이 비즈니스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그냥 있으면 반등은 한다’는 것은 경쟁세계에서는 맞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만 있으면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새 조금씩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게 사실에 좀더 가까울지 모른다.
타운 업체중에도 제대로 된 경쟁상대를 만나지 않아 성업중인 곳이 꽤 된다. 타지에서 온 친구나 일가친척들에게 내보이기 민망할 정도의 비즈니스 환경과 서비스지만 대표적인 한인업소인 것 처럼 보이는 곳들이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의 맹점중 하나는 자기 최면의 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다 보이는데 이야기가 자기 업체에 이르면 장님이 되고 만다.
고객들이 그 정도 이상의 서비스, 그 보다는 더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경쟁업체가 들어선다면 타운판 K마트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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