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학, 퇴학생 위한 학교 설립 교육구 많아
정학을 당한다는 것은 학교에서 쫓겨난다는 뜻이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지도 못하고, 방과 후 스포츠도 못하고, 심지어는 숙제도 없어져서 결국 낙제를 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곧 문제학생들은 이 ‘벌’의 의도하지 않았던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빈둥거리니 잠잘 시간이 많아지고 낮에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80년대엔 ‘등교 정학’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정학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학습실에 앉아서 하는 일 없이 몇 시간이고 보냈다.
오늘날엔 많은 학교들이 다시 한번 교칙을 바꾸고 있다. 학력기준이 강화되고 표준화 학력고사 점수의 비중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이때 방황하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시간을 낭비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약사용이나 싸움 등으로 정학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이제 영어, 수학, 과학 등 학과목 공부와 함께 분노관리도 학습한다. 상담요법을 곁들인 ‘확인’ 시간도 있다.
"내가 학생시절 정학을 받았다면 엄마랑 집에 앉아서 연속극이나 봤을 겁니다. 이제는 달라요. 학생들은 여기 와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됩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라 공립학교들의 정학생과 퇴학생을 위한 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섀넌 홀더(30)의 말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이번 학기부터 6~12학년의 정학생들을 한군데 모아서 온종일 수업과 카운슬링을 하기 시작했다.
알렉산드리아의 학생들은 자신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는데 스스로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교사들과 1대1로 공부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정학 당했을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를 털어놓고, 친구들과 점심도 먹는다. 시험에 합격하면 학점을 따서 낙제를 면할 수도 있다.
윌리엄스 고교에서 1년간 정학을 당해 알렉산드리아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는 존 테일러(17)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좋아, 집에 앉아서 TV나 보고 잠이나 실컷 자자’하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금방 싫증이 나요. 여기선 늘 내 주위를 맴돌며 이야기해 주는 선생님들이 계시거든요." 학습 기술 및 사회성을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있는 테일러는 이전 성적표는 스트레이트 F였지만 지금은 A, B, C가 섞여 있다고 했다.
로드니 블랙웰(15)은 ‘확인’ 시간을 좋아한다. 매일 삶의 초점과 목표, 태도 등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이다. 벽에는 ‘분노한 자는 입은 열고 눈은 감는다’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실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와 같은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데, 로드니는 이 포스터들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격언 포스터들 옆에는 주 학력고사 역사 시험문제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와 다시 시도하려는 도전을 담은 것인 셈이다. 학생들은 이 포스터들이 의욕을 갖도록 돕는다고 이야기한다.
교육자들은 새로운 정학방식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해서는 문제를 더 일으킬 뿐이라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학생 서비스 책임자인 로렌스 조인터는 이런 서비스가 없으면 아이들이 1~2년씩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넌더리를 내고, 자신감을 상실하고, 결국 퇴학을 하고 말 겁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선 학교와 교회가 연합하여 정학생들을 위한 개인지도 및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SHARP’라고 불리는 이 대안학교는 13일 이상 정학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데, 카운티 당국과 교회가 돈을 내고 대학생부터 심리학자에 이르는 다양한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된다. 작년에 467명이 이용한 이 곳은 교회 지도자들이 소수민족 학생들이 정학을 당하는 비율이 백인보다 높다는데 착안해서 1998년 설립한 것으로, 그동안 75% 이상 성장했다.
아들이 두 번 정학을 당했다는 브론슨은 "그냥 집에 두는 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아들이 이곳을 너무 좋아해서 아예 눌러 있었으면 하더라고 전했다.
갖가지 문제로 닷새 이상 정학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다니는 이곳을 위해 교육위원회가 30만달러를 지원한 알렉산드리아 정학생 학교 아이들은 최근 미술가인 웬델 브라운의 지도로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15명이 각자 자신의 삶을 담은 에세이를 쓰고, 함께 프로젝트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최근엔 낙서 벽화도 그렸다. ‘위협적이지 않은 태도로 자신의 긍정적인 자질을 표현하고 남들을 칭찬하기 위한 곳’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벽화는 여러 ‘확인’을 담은 글들과 함께 벽에 전시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