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 시간은 우리의 의식 밖에서 흐르기도 한다. 요즈음처럼 SNS을 통해 인식하게 되는 다양한 현재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AI의 발달과 사용으로 우리의 지식이 넓어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가치관도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불과 1-2년 전과도 다른 변이된 세상을 무심히 호흡하고 있는 것 같다. 돌아가는 장면마다 산천이 바뀌는 삶의 급행열차를 탄 느낌이 든다. 나 또한 ChatGPT 나 Gemini 같은 AI로 얻게 되는 지식을 고마워하면서 땜빵으로 섭렵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여파로 요즘 세상은 전문지식은 많으나 지혜는 적다는 지적이다. 모든 것이 시속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책을 읽고 느끼고 이해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현대는 보다 빠르게, 적게, 얇게 그리고 값싸게 얻는 시대이며, 시간이 걸리는 것은 거추장스럽고 삶을 소모하는 불필요한 것이 되었다.
오래 전, 은퇴를 하게 되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우리는 인생의 제5계절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했었다. 과녁의 중심에 있는 삶의 미를 향해 진정한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유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고 여겼다.
어느 날 시간이 넉넉한 여행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즐길 수 있으리라. 햇빛이 직광으로 내리쬐는 숲속의 고요함, 조곤조곤 지나가는 새들의 발자국 소리, 바람이 곡선을 타고 흘러가는 무심함, 꽃들이 봉우리를 터트리는 자연의 섭리가 마음의 길목을 노크하리라! 그래서 오래전에 내 의지와 헤어졌던, 그래서 거의 잊었던 깊은 숨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음속에 안나푸르나(세계적 높은 산 8.091m, 수확의 여신)를 간직한 사람은 일상의 물질적 삶을 초월하여 미와 의미의 추구를 위해 집중하게 된다. 신비로운 별을 품은 사람들은 강한 독자적인 새로운 세계를 창출한다.
“내가 세상을 알게된 것은 책을 통해서였다”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고백했다.
“정선(精選)하여 읽혀진 작은 책 안에 얼마나 거대한 부가 잠재되어 있는가? 수천 년 동안 문명국에서 선택된 가장 현명한 사람들, 그들의 지혜의 소산이 잘 정리된 채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신적 기반을 올바른 책에서 얻을 수 있다.”는 랠프 월도 에머슨이 숲속 생활 후 쓴 책에 쓰여 있다.
오늘도 어떤 사람들은 마음의 주름을 펴보고 싶어 밤새워 책장을 넘기고 있다. 안개같이 엉켜진 삶의 길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나는 디지털시대에 맞게 토막 난 지식들이 불티처럼 날라 다니는 지구촌에서 떼제베(TGV 유럽을 도는 프랑스의 고속열차)를 타고 자신의 생각을 지키며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곧 정신의 해방이라고 생각한다. 해방은 국가의 독립만이 아닌 정신적 창조와 자유와 꿈의 동의어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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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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