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년 시즌 NFL 프로풋볼의 대미를 장식한 36회 수퍼보울이 지난 3일, 일요일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에서 열렸다. 이번 수퍼보울에서는 강호 세인트루이스 램스와 맞붙은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가 당초 예상됐던 압도적 열세를 극복하고, 경기 종료직전 극적인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팀 사상 최초로 수퍼보울을 차지하는 감격을 만끽했다.
그런데 이번 수퍼보울을 계기로 풋볼선수들의 진통제 투약 문제가 또 다시 스포츠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뉴올리언스 현지에서는 경기 당일까지도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플레이오프전에서 갈비뼈 부상을 당한 램스의 쿼터백 커트 워너가 진통제 주사를 맞고 수퍼보울에 출장할지 여부가 최대의 관심거리였다.
주지하다시피 풋볼은 미국에서 성행하는 각종 프로스포츠 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폭력성이 강한 스포츠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수시로 부상과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지사. 많은 선수들은 풋볼계에서 선수들의 진통제 투약은 상식에 가까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램스의 코너백 덱스터 맥클레온은 이렇게 말한다.
"풋볼선수에게 진통제 주사는 필수적 처방이다. 진통제 주사가 없다면, 매주 수백명의 풋볼선수들이 경기에 출장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풋볼리그의 정상운영 자체가 불가능해 질 것이다."
팀의 전속 의사들과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트레이너들은 진통제 주사가 인체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통제 주사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까지 간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진통제 처방은 선수들로 하여금 고통을 일시 잊게 함으로써 추가적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고통은 인체에게 활동 중지를 경고하는 전령사와 같다. 그런데 진통제로 고통을 마비시킨다면, 이야말로 진짜 위험한 상태다."
뉴욕 자이언츠의 트레이너 로니 반스는 경고한다.
많은 트레이너들은 또, 진통제 투약이 인체의 치유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진통제 주사는 각종 합병증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러닝백 제롬 베티스 선수는 두번의 진통제 주사를 맞은 후, 지난 1월20일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찰과상 진통제인 마케인 주사약물이 신경 안쪽으로 새어나가 다리마비 증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수퍼보울을 앞두고 뉴올리언스에 집결한 램스와 패이트리어츠 선수들도, 풋볼선수들이 수단방법을 불문하고 경기에 출장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수시로 진통제 주사를 맞는다고 실토했다.
패이트리어츠의 세이프티 로여 밀로이는 고발한다.
"NFL 환경에서 진통제 투여는 필요악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결장으로 인해 팀전력 손실 및 동료 선수들의 사기저하를 최고의 악덕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부상결장을 하는 선수는 동료들 사이에서 비겁자로 지목되는 분위기마저 있다."
NFL 당국은 리그 산하의 풋볼팀들에게 선수들의 진통제 투약과정을 감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진통제 투여를 선수와 팀 의사 사이의 개인문제로 보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제조항을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 선수협회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언급을 회피한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감시대상으로 분류된 진통제는 주사제 토라돌과 정제 형태의 비코딘이다.
왕년의 명 쿼터백 덴버 브롱코스의 존 엘웨이도 풋볼선수들의 진통제 투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엘웨이 자신도 현역시절 갈비뼈 부상 때문에 여러 차례 진통제 주사를 맞고 경기에 출장한 전력이 있다.
은퇴한 달라스 카우보이스 쿼터백 트로이 에이크맨은 허리디스크 때문에, 한번에 여덟 번의 진통제 주사를 맞고 경기에 출장하기도 했다.
1974년에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라인베커인 시카고 베어스의 딕 버드커스가 진통제 문제로 소속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버드커스는 강압적인 팀분위기 하에서 반복적으로 투여한 진통제가 그의 건강을 심각히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베이스 팀은 버드커스에게 당시로서는 거금인 60만달러를 주고 문제를 합의 해결했다.
반복된 진통제 주사 투여는 선수를 약물중독에 빠뜨릴 위험성을 수반한다.
풋볼선수들은 대개 당일 경기시작 전에 진통제 주사를 맞는 반면, 경기 직후나 훈련 직후에는 정제형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관례다. 몇 년 전 패커스의 쿼터백 브렛 파브는 진통제 남용으로 인해 비코딘 중독치료를 받은 바 있다.
진통제 투여시 주사바늘을 잘못 찔러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1999년 샌프란시스코 49ers의 타이트앤드 그렉 클라크는 골절된 갈비뼈 부상 고통을 덜기 위해 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긴 주사기 바늘이 폐를 찌르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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