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좁은 계단을 사람들과 함께 뛰어오르던 소방국 캡틴 짐 모건의 머리 속에 불현듯이 떠오르는 유사한 장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친했던 신참에서부터 경험이 가장 많은 소방서장에 으르기까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했다."
모건은 9.11 테러를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순직한 동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빌딩에 있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삼지사방으로 뛰었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달리기는 지난 24년간 매우 독특한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뉴욕 중심가에 우뚝 솟은 마천루 꼭대기의 전망대까지 1,576개의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이 달리기에는 마라토너, 산악달리기 선수는 물론 계단 오르기를 즐기는 일반인들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가한다.
뉴욕 로드러너스 클럽의 대변인 리처드 핀은 "이 달리기는 기상천외할 뿐 아니라 매우 힘들다"고 표현한다.
25주년을 맞은 올해 대회는 또 하나의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숨진 343명의 소방관들을 포함한 희생자들을 기리는 대회이기도 했다.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 세계무역센터가 납치 여객기로 자폭한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붕괴된 후 102층짜리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다.
대회 시작에 앞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로비는 집결한 선수들이 착용한 성조기 디자인 셔츠와 반바지 등으로 애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180여명의 선수 가운데 상당수는 참가 이유를 "9.11 테러 때문"이라고 신청서에 썼다.
선수들은 뉴욕시와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뉴욕소방국 사다리팀의 켄 보핸 소방관은 "올해 우리는 아주 명백한 이유와 감동을 갖고 대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9.11 테러에도 불구하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은 전세계에 우리의 신념을 다시 한번 과시한 것이다. 대회 개최는 뉴욕이 정상을 회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9분40초의 기록으로 남자부에서 4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호주 출신의 회계사 폴 크레이크(25)는 말했다.
여자부에서는 독일 카미시에서 참가한 커스틴 하비치(27)가 12분46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브룩클린 소방서에 근무하는 39세의 보핸은 소방관 및 경찰관 참가자 가운데 1등을 차지한 후 이 대회는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좁은 의미로 볼 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전세계에서 대회에 참가했고 열심히 뛰었다"
보핸은 상금으로 받은 2,500달러를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순직한 동료 소방관들의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기금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무역센터의 슬픈 기억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참가선수들은 한겨울에 펼쳐진 이 대회를 만끽했다.
뉴저지주 클리프사이드에 사는 64세의 에벌린 데이비스는 대회 참가를 위해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연습을 한달 전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30계단을 세 번씩 오르내리는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씩 반복했다. 또 병행한 웨이트트레이닝도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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