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 배를 타고 지인들과 Roosevelt Island에 다녀왔다.
눈부신 분홍빛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봄처녀의 수줍은 볼 같다.
하늘에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은 몇 해 전 아이들과 함께했던 유럽 여행의 기억을 불러왔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 북역에 내렸을 때, 파리는 맑은 하늘로 나를 맞이했다.
그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마치 클리우드 모네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자연조차 인상주의의 색채를 머금은 듯, 그곳으로 향하는 마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했다.
생라자르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베르농. 그곳에서 다시 들어간 마을은 지베르니,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 자리한 작고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은 센강 가까이에 있어 풍경이 특히 평화롭고, 모네가 오랜 세월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모네는 이곳에 정착하기 전, 파리와 베퇴유, 아르장퇴유를 오가며 자신이 꿈꾸던 공간을 구상했다.
마침내 지베르니에 정착한 뒤, 연못을 파고 꽃을 심고 나무가 자라기를 기다리며 일본식 다리까지 세웠다.
정말 유럽풍이라기보다 조그만 일본식 정원과 연못같았다.
그렇게 30여 년이 넘은 시간동안 자신의 정원이자 화실을 완성해 간 것이다. 정원을 둘러보며 예쁜꽃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햇살은 연못 위에서 싱그럽게 반짝였고, 맑은 물속에는 수련의 뿌리까지 들여다보였다.
사람들마다 아름다움의 극치에 감탄하니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흐르며 빛과 색은 끊임없이 변했고, 그 변화 자체가 하나의 화폭에 담긴 그림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기억을 회상하다보니 젊은 시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늘 그런 생각속에서 살아가는 요즘이다.
생각해본다. 뉴욕 살면서 맨하탄과 루즈벨트 아일랜드를 과연 얼마나 왔으며 구석 구석을 돌아보며 천천히 걸어 보았을까. 트램을 타고 건너며 맨하탄 시내 구경을 하며 도시의 풍경을 마음에 담아본 적이 있었을까.
루즈벨트의 4대 자유를 읽으며 구석구석을 다니며 문화의 결을 느끼는 일, 그것 또한 내가 미루어 두었던 ‘하고 싶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남들 덕분에 덤으로 얻은 기회에 고마운 마음 외로 꼭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지며 문화체험을 해보자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돌아오는 길, 갑자기 내린 비에 젖은 바다가 유난히 좋았다.
수상 버스를 타고 브롱스에 내리니, 건조했던 땅 위에 떨어진 빗물이 공기와 섞이며 흙냄새가 인다. 자연의 향기라는 페트리코르가 은은하게 퍼졌다.
차로 향하는 짧은 길, 비를 맞으며 걷는 일이 마치 소나기의 소년의 옷에 분홍색 물이 들것같은 젖은 꽃잎들을 바라보며 걷는일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비가 내려 오히려 살아 있는 것들의 숨결로 새싹을 밀어 올리는 작은 생명력이 느껴졌다.
생명력은 희망적이고 활동적이니 사람들이 이 냄새를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마음에 여백을 두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자연속에서 걸으며 생각에 빠진다.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우리는 감각을 통해 느끼는 순간 그 속에서 비로소 존재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게된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도 좋겠다.
기억속을 회상하는 일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망설임 없이 하도록 자신을 돌아보는 일 일 것이다.
<
김미선/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