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여년간 국제올림픽 운동은 상업적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8일 개막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역시 마케팅 및 재정적 측면에서 또 하나의 성공적 올림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NBC의 올림픽 방송 광고수주는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향후 올림픽의 상업적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90년대 이후 세대 차이가 근대 올림픽 운동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 차이는 향후 올림픽의 대중성과 재정적 기반을 일거에 뒤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지난 10여년간 올림픽 TV 시청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는데, 이는 주로 신세대의 올림픽 외면에 따른 결과다. 요즘 신세대는 그 부모들인 베이비붐 세대가 가졌던 올림픽에 대한 애착과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올림픽 공식 방송사인 NBC도 일찌감치 이런 현실을 간파, 일련의 올림픽 홍보작전을 수행해 왔다.
그 중에는 올림픽 홍보 웹사이트 개설, 영화관 홍보, 대학 캠퍼스 및 유명 나이트클럽 홍보 등도 들어 있다. 또 미국 신세대를 겨냥한 올림픽 홍보전에는 미올림픽 위원회와 올림픽의 마케팅 파트너들까지도 발벗고 나섰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다음 세대에는 올림픽 운동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후원 기업들마저 올림픽을 외면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다. 특히 스포츠 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올림픽 유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현실에서, 후원기업들의 외면은 자칫 올림픽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 존립 자체의 기반이 하루아침에 흔들린다고 보는 것은 현재로서는 지나친 기우다. 예를 들어 미국 대중들의 인지도 면에서 올림픽은 프로풋볼을 포함한 다른 모든 스포츠 리그들을 압도해 왔다. 또 세계적 차원에서 올림픽에 필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스포츠 이벤트는 월드컵 축구대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실에서 기업들이 올림픽으로부터 재정적 수지를 맞춰야 한다는 것은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미올림픽위원회의 로이드 워드 위원장은 이렇게 설파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의 명성과 이름 값을 팔아먹을 수는 없다. 올림픽은 끊임없이 변하는 신세대의 취향에 맞추어 자체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목표는 간단하다. 후원 기업들을 만족시키고, 신세대의 올림픽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올림픽 경기의 TV 시청률을 높이는 것이다.
숫자상으로 나타난 올림픽 시청률은 방송사 경영진들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199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까지, 18세부터 24세 사이의 신세대 남성들의 올림픽 시청률은 55%, 여성들의 시청률은 41%나 감소했다. 이같은 하락률은 같은 기간, 각 방송사들의 스포츠 방송 평균 시청 하락률 1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왜 미국 신세대가 올림픽을 외면하는가 하는 점이다.
NBC의 마케팅 조사개발팀장 알랜 워첼은 분석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올림픽을 특별하고 독보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인식한데 반해, 신세대는 올림픽의 특수성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이같은 세대차이는 후원기업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수퍼보울처럼 올림픽을 대체할 만한 제3의 이벤트에 눈을 돌릴 때, 막강한 파괴력을 얻게 된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또한, 극한 스포츠에 눈을 돌리는 미국 신세대의 취향 역시 올림픽의 이해와 상충된다고 분석한다. 대부분의 극한 스포츠들이 성격상,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의 세대 차이는 주로 시간과 역사의 필연적 산물이라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NBC의 워첼 팀장은 "35세 이상의 장년층은 올림픽을 냉전이라는 정치적 구도 하에서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세대는 올림픽을 통해 흑백간 인종차별 붕괴를 목도했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미소간의 보복적 올림픽 보이코트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냉전해체 이후 신세대는 올림픽을 아카데미나 수퍼보울과 기본적으로 다를 바 없는 ‘거대한 미디어 이벤트’ 수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올림픽을 순수 스포츠 운동으로 인식하는 반면, 신세대는 이를 음악과 연예가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파악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NBC가 이번 올림픽 개막식 때 유명 팝가수들을 내세우고, 시상식을 연예행사와 결부시키는 것도 이런 신세대 취향을 겨냥한 마케팅 전술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9.11 테러사건이 올림픽에 대한 신세대의 관심을 증진시켰다는 점이다.
9.11 사건은 미국 신세대로 하여금 세계 속의 미국의 위상과 리더십을 제고하게 만들었다. 테러사건 이후, 놀랍게도 80%의 신세대가 올림픽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응답한 것이 단적이 예다. 하지만 결국 관건은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TV를 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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