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아프간 탈레반 정부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아프가니스탄 특유의 험난한 지형과 혹독한 날씨였다. 그런데, 얼마전 스코틀랜드 출신의 한 사나이가 장장 600마일에 달하는 아프간 최악의 오지구간 도보횡단에 도전함으로써 세계적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리 스튜어트라는 이 모험가는 아프가니스탄 서부의 히랏에서 동부의 수도 카불까지 상상을 초월한 험난한 구간을 단독으로 통과할 예정이다.
이 구간은 만년설과 두꺼운 얼음, 수시로 출몰하는 산적 및 무장반군, 식인늑대와 맹견, 기근과 가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온갖 위험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스튜어트는 자신이 지난 해 연말, 탈레반 정부가 붕괴된 후 아프가니스탄을 모험 여행하는 최초의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체중이 불과 126파운드밖에 안 나가는 깡마른 체격의 스튜어트는 그 옛날, 알렉산더 대왕과 징기스칸이 발말굽을 날리며 통과했던 자취를 다시 밟게 되는, 아프간 역사상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흥미로운 현대인이 될 전망이다.
스튜어트의 모험여행 코스는 대부분, 지난 4년간 극심한 가뭄과 내전으로 수만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탈출한 극심한 오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험구간 중에는 만년설과 빙벽으로 덮인 해발 1만2,900피트의 고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곳은 러시아 기상대에 의해 영하 40의 극저온이 관측된 곳이다.
그런데 스튜어트의 이번 모험에는 본의 아니게 일부 구간에서 두 명의 보조원이 따라붙게 되었다.
스튜어트의 모험 소식을 전해들은 히랏의 군벌, 이스마일 칸이 휘하의 군인 두 명을 한시적으로 붙여준 것이다. AK-47 소총을 휴대한 두 군인은 동행기간에 스튜어트의 신변을 보호하고 코스를 안내해 줄 예정이다.
스튜어트의 이번 모험은 지난날의 그의 이력을 살펴볼 때 더욱 흥미롭다.
명문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스튜어트는 2년 전만 해도 장래가 촉망된 영국 외무부 소속 외교관이었다. 그의 어머니 샐리는 아들이 외교관직을 박차고 목숨을 건 아프가니스탄 오지여행에 들어가자 아예 몸져눕고 말았다.
"스튜어트가 목숨을 내건 어리석은 짓은 안 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미군이 스튜어트 머리 위로 폭격을 안 하기를 바랄 뿐이다." 샐리는 이렇게 말했다.
스튜어트는 모험과 밀접한 집안의 내력을 갖고 자라났다.
스튜어트의 할아버지는 반세기 동안 인도 캘커타에 살았고, 50년간 영국 외교관 생활을 한 아버지는 월남전이 한창일 때 당시 월맹의 수도 하노이에 근무 중이었다. 스튜어트 자신도 외교관 시절, 인도네시아와 유고슬라비아에 근무한 적이 있다. 그의 어머니 샐리도 지난 90년대, 비록 랜드로버를 타기는 했지만 그가 이번에 도전할 아프간 일부 구간을 통과한 적이 있었다.
스튜어트는 또, 예전에 터키, 이란,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을 모험 여행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자신의 궁극적 목표는 계속된 전쟁으로 얼룩지고 어머니가 여행했던 험난한 아프가니스탄 산악 오지라고 느껴왔다.
스튜어트는 이번 모험여행에 임하면서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있다.
그의 배낭 속 음식물이라고는 지난 해 가을, 미군이 탈레반과의 전쟁 중 공중 투하한 시레이션 통이 전부다. 그는 모험여행 동안, 중간 중간에 만나는 아프간 산지 부락민들로부터 빵과 계란을 얻어먹고 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간의 음식물 외에 그가 소지하고 있는 물품들은 양말 두 켤레, 갈아입을 여벌의 옷 한 벌, 그리고 슬리핑백 하나가 전부다. 그밖에 약간의 항생제와 식수 정화를 위한 클로라인 정제를 휴대하고 있다.
스튜어트는 또한 목숨을 건 모험여행을 하면서 지도 한 장도 소지하지 않고 있다. 도처에서 출몰하는 군인 및 강도들로부터 스파이로 오인 받지 않기 위함이다.
1977년 현지어로 발간된 ‘아프가니스탄 가이드북’에서 찢은 몇 페이지를 소지하고 있지만, 이것도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들 페이지는 옛날 무굴 제국의 바부르 황제가 1506년에서 1507년까지 이 구간을 여행하면서 적어놓은 안내문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바부르 황제는 부하들과 함께 이 구간을 통과하던 중, 허리까지 차는 폭설 및 강풍 속에서 혀 헤매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적고 있다.
스튜어트는 이번 모험여행에서 600마일의 구간을 6주간에 걸쳐 주파할 계획이다.
목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위 ‘평지구간’에서 하루평균 27마일, 그리고 만년설로 뒤덮인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는 하루 6~7마일씩 전진해야 한다. 그동안 스튜어트는 산지 촌장들로부터 추천서를 받고, 다음 번 부락에서 다시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여행을 계속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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