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대치끝 사망 더글라스 김씨 부인 김경애씨 인터뷰
"평생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세상을 뜨다니…"
지난 23일 자신의 집에서 경찰 대치중 총에 맞아 숨진 더글라스 김(47·한국명 용대)씨의 부인 김경애(45)씨는 2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부간 갈등이 경찰대치로 이어지기까지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현재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김씨는 남편 사망에 따른 충격으로 인터뷰 중간중간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다음은 부인 김씨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
-사건의 발단은
남편은 묵묵히 일만 하는 착한 사람이었지만 성격이 지나치게 급하고 화가 나면 앞뒤 안 가리는 성격이어서 몇 시간씩 폭언을 하는 등 충돌이 잦았다. 최근 남편만 보면 겁부터 나고 잠을 못 이루는 등 불안증세가 심해졌고 성격 차에 따른 갈등을 견디기 힘들어 별거 요구를 했으며 한달 여 전부터 낮에는 집안 일을 돌보고 밤에는 친지 집에서 머무는 별거 아닌 별거를 해왔다.
-사건 당일 아침 무슨 일이 있었나
그 날 남편이 뭔가 결단을 낼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아침 10시께 작은 아들을 운전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있는데 남편이 평소와는 달리 가게를 닫고 들어와 내게 단둘이 이야기 좀 하자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아직 마음 준비가 안됐다"며 울면서 언쟁을 하는데 남편이 갑자기 페퍼스프레이를 꺼내 아들과 내게 뿌리고 총을 빼들려고 했다. 아들이 이를 말리며 실랑이를 벌이는 순간 남편이 아령으로 아들의 머리를 때렸다. 아들이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리는 것에 너무 놀라 정신 없이 911에 신고했다.
-경찰과 대치하게 된 과정은
이후 남편이 총을 겨누고 "오늘 끝장낸다"며 아들에게 "너는 지금 여기서 나가라"고 하며 실랑이가 계속됐다. 경찰과 앰뷸런스가 도착하기 직전까지 아들과 내가 "들어올 테니 이러지 마라" "지금 총을 감추면 경찰이 와도 괜찮다"며 울며 설득을 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남편이 뒷문으로 나갔다. 집밖으로 나와 차안에서 아들의 응급처치를 받은 뒤 함께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았으나 다락방 앞이 옷가지 등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경찰이 다락방에 숨어 있을 거라고 해 그럴 리 없다고 했으나 경찰이 우리를 대피시킨 후 바리케이드를 쳤다.
-남편이 유서를 남겼다는데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다. 용서를 바랐는데 뜻대로 안됐다"는 내용을 남겼다고 경찰한데 들었다. 남편은 성격 때문에 그렇지 성실한 사람이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가게에만 매달려왔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정말 불쌍하게 살았다.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 처음부터 다락 안에 숨었다는 걸 알아서 내가 설득해 나오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막심하다. 장례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고 싶다.
<김종하 기자> chris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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