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실력이 매 홀 더블보기를 하는 정도라면 그렇게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4천만 골프인구의 평균실력이라고 한다. 내가 골프채를 잡은 지는 삼년가량 되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는데 풍월은커녕 아직도 벌판에서 헤 메이고 있는 평균실력범주에 머물러 있다. 싱글까지는 못 가더라도 보기정도 치는 실력이 되려면 적어도 매주 한번씩은 필드에 나가고 또 드라이빙 렌지에 가서 스윙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럴만한 여유가 없는 내가 왜 골프를 시작했는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삼 년 전 처음 필드에 나갔을 때는 뒤에서 오는 사람들이 두려워서 맨 마지막 티타임을 기다렸다가 나가곤 했는데 지금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하고도 어울려 라운딩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장족의 발전이다.
나는 골프보다는 테니스를 즐겨서 지금도 테니스와 골프를 번갈아 치고있다. 테니스는 골프에 비하면 시간도 돈도 그렇게 많이 안 드는 서민 운동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 과도한 운동을 하기 힘드니까 그 때를 대비해서 벌써 늦었지만 골프를 배우라는 주위의 권고를 많이 들었다. 골프를 해보니까 파트너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뛸 필요도 없으며 비교적 다칠 염려도 없어서 나이 든 사람에겐 잘 어울리는 운동인 것 같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시카고에 사는 나의 작은 동서 둘이 추운 겨울 지나기가 답답하다며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또 다른 동서 집에 골프휴가를 왔다. 나이는 나보다 많이 아래인 동서들이지만 골프에는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골프선배들에게 한 수 배우고 스윙도 교정할 겸 이들을 따라 다녔는데 그야말로 골프에 미치고 굶주린 사람들처럼 연 삼일을 더블라운딩을 했다. 그러고 나니까 이제는 골프실력이 한 단계 올라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웬걸 엊그제 라운딩에서는 나의 평균실력도 발휘하지 못하여 기분이 찜찜하였다.
골프를 치면서 한가지 느낀 것은 지나치게 스코어에 집착하다보면 제 실력도 나오지 않고 실망과 함께 기분이 상하게 되고 골프의 노예가 되어 버리기 쉽다. 골프를 잘 치면 물론 좋겠지만 낮은 스코어가 반드시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베이지역의 상쾌한 날씨와 아름다운 벌판에서 자연과 만나며 코스를 돌면서 마음을 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최소한 100대는 돌파해야 골프를 친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금년 나의 목표는 100을 깨는 것이다. 나의 동서들처럼 젊어서 골프를 시작한 사람들은 언젠가는 나이 듦에 따라 비거리가 줄어드는 서글픔을 느낄 때가 있겠지마는 나는 그럴 염려는 없을 것 같다. 금년에 100을 깨고 꾸준히 노력해서 먼 훗날 72살이 되었을 때 파를 치기를 바란다면 너무 야무진 꿈일까. 그러나 이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우선 마음을 비우고 골프와 인생을 즐기기 위한 인내심을 기르는 마음의 수양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을 비운다는 말은 세상을 옳게 살아가는 비결을 말해 주고 있다.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인간의 우매함과 교만 때문에 우리의 삶이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얼마나 피곤한가. 지난주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 미터 경기에서 한국의 김동성 선수는 일등으로 골인했으면서도 실격으로 처리되어 금메달을 놓치는 분통함이 있었다. 실격된 이유는 선두의 김선수가 자기 코스를 이탈하여 뒤에서 따라붙는 미국의 오노선수를 방해했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빙판에 줄이 처져있는 것도 아니고 경기본질상 앞에 가는 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을 경계하며 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최국인 미국에 아첨하는 국제심판들도 문제이지만 미국의 치사하고 쩨쩨한 국민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불쾌한 처사였다. 미국이 위대한 나라인 것은 인정하지만 위대한 만큼 마음을 비우고 대범해야한다. 그래야 테러전쟁에서도 세계가 공감하는 승리를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나라는 다 적이라는 부시의 강경책은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가 시켜주고 있다. 먼저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몸에 벤 미국의 이기주의와 오만 때문에 미국의 위대함이 빛을 잃고 있음을 미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골프나 다른 운동경기에서 마음을 비우고 스코어의 집착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플레이어가 멋있어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이런 멋있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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