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에만 30명 추산, 소재지 파악 어려워
미국에 도피중인 한국의 범법자는 몇 명이나 될까.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미시건 주에서 체포되면서 관심사로 떠오른 해외도피 사범은 지난 1월 현재 65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중 미국을 피난처로 삼은 이를 260여명으로 추산한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해외 도피사범 중에는 사기범이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배임, 횡령등 경제사범들이 뒤를 잇는다. 일종의 지능형 파렴치범들이 주를 이루는 셈이다.
워싱턴 지역 도피사범의 숫자는 아직까지 공식 확인된 게 없다. 주미대사관 김영준 법무협력관은“도피사범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면 이들이 도망간다"며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미 범인인도 협력위원회(위원장 박의정)같은 민간단체에 따르면 워싱턴에도 30명 가까운 숫자가 도피중이다. 이들은 경제사범이 주를 이루나 정치인, 문화재 사범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도피사범의 유형은 크게 두가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나 진승현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 율곡사업과 관련 기소된 무기중개상 권병호씨, 한보 비리에 연루된 임춘원 전 의원, 340억원을 횡령한 전 신한인터내셔널 허병구 회장, 나선주 전 거평그룹 부회장 같은 대형비리 연루형 인물들과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줄행랑치는 기업인이 대표적. 이들 거물급 외에도 한국증권업협회의 공금을 횡령하고 도망친 이종구씨등 무명의 인물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최근에는 벤처 열풍의 거품이 빠지면서 코스닥 활황으로 번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야반도주하는 벤처기업인들도 많아졌다.
이들은 대부분 친인척이나 친구등 지인의 연고지에 숨어서 살고 있다. 한미 범인인도 협력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의 도피 행각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한인식당, 그로서리등 한인들의 출입이 잦은 장소를 피한다. 또 주위에는 여인이 있어 이들을 돕는다. 일부는 국내에서 빼돌린 재산으로 빌딩을 매입, 렌트를 주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만기가 된 체류 자격으로 인한 불안감, 신분을 감추고 또 이웃의 눈길을 피해야한다는 피로감이 이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99년 한미범죄인 인도조약이 발효되면서 도피사범들은 더욱 심리적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후 미국내 주요 도피사범 7명에 대해 정식 인도요청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실제 이 조약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된 범인은 1명뿐이다. <이종국 기자>
주미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제도상으로는 강제 송환이 가능하나 미국이란 넓은 땅에 숨어사는 도피자를 찾아내기란 쉽지않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도피사범의 추적에서 검거까지는 인력, 예산, 현지 경찰의 협조등 여러 난제가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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