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링 인스티튜트 제정 ‘가장 인정 많은 사람’ 상
해마다 10명 선정하는데 후보는 600여명 추천돼
캘리포니아에 사는 데비 패리스는 1996년, TV에서 여행가방에 넣어진 채 프리웨이에 버려졌던 갓난아기가 죽었다는 뉴스를 봤다. "그 아이가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는 거예요. 뭔가를 해야만 했어요" 패리스와 남편 마크는 2만7,000달러를 들여 칼리메사 묘지에 자리를 마련하고 ‘천사들의 정원’을 시작했다. 이제까지 프리웨이, 쓰레기통, 운하, 집앞 마당 등에 버려진 아기 48명을 그 곳에 묻었다.
패리스는 검시관 사무실에서 아기를 받으면 그 아기의 담요에 싸서 앞에 안고 와서 이름을 지어주고는 장례식을 치른다. 수백명이 참석하는 장례식에서는 경찰관도 검시관도 눈물을 펑펑 쏟는다. 패리스가 학교에 가서 그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덜덜 떤다. "한 어머니가 편지를 보냈어요. 딸하고 아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온 딸이 자기를 포옹하더니 엄마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는군요"
어른들에게 패리스는 동정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친척이든 누구든, 젊은 사람을 안다면 그들에게는 판단이 아니라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놓을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패리스는 의회에도 로비를 벌여 2001년 1월1일부터 실시된 ‘신생아 대피소’(Safe Arms for Newborns) 법을 제정케 했다. 캘리포니아주 부모들에게 형사소추를 당할 두려움 없이 자기가 키우고 싶지 않은 신생아를 병원 문 앞에 남겨두고 가도록 허락한 이 법이 실시된 이후 8명의 아기가 구제됐다.
"제가 평생 한 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또 가장 즐거운 일이에요. 이게 모두 그냥 지나치지 말라는 양심의 소리에 평생 처음 귀기울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워싱턴에 자리잡은 비영리단체로 인정 많은 행동가들을 발굴하는 일을 하는 ‘케어링 인스티튜트’(Caring Institute)가 패리스를 ‘2002년의 가장 인정 많은 사람’ 후보로 패리스를 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패리스는 그 상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해마다 후보에 오르는 사람이 600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저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지 상은 받지 못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마더 테레사는 "우리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대한 사랑을 가지고 작은 일들을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자선행위는 언제나 미국생활의 일부였다. 특히 9월11일, 죽음을 무릅쓰고 세계무역센터 계단을 올라가던 소방관들의 모습을 본 이후 전국적으로 미국인들의 양심이 새로워졌다. 밸과 빌 할라만다리스 형제가 1988년에 ‘케어링 인스티튜트’상을 제정할 때만해도 그들은 이기적인 문화의 확산이 염려됐다.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985년에 마더 테레사를 만난 후였다. 가난한 자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일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가 미혼모를 위한 집을 열고 대통령 자유휘장을 받으러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인들의 영혼의 가난은 인도 사람들의 육신의 가난보다 훨씬 더하다"면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을 때였다.
당시 아픈 사람, 죽어 가는 사람을 돌보는 이들을 대표하는 협회인 전국 홈케어협회(NAHC)를 운영하던 밸은 ‘케어링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전국에 가장 인정 많은 사람 상을 받을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통지했다. "당시 들어온 추천서를 다 열어보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첫 번째 상이 1988년에 주어진 이후 성인 150명, 1992년부터는 그 반쯤 되는 청소년들이 타인에 대한 남다른 동정심과 염려의 본보기로 상을 받았다. 수상자는 다양해서 시한부 생명인 아이들을 디즈니월드에 데려가는 ‘아이들에게 세상을’을 운영하는 호텔 재벌 헨리 랜드워스, 밀워키의 자기 집에서 거동을 못하는 노인들을 돌보는 코딜리아 테일러, 미시간에서 매우 효율적인 청소년 폭력예방연합을 만든 16세 소년 아몬도 레드몬드 등 다양하다.
지난해에도 아프리카에 휠체어를 배달하는 ‘휠체어 재단’의 켄 베어링, 필라델피아 소재 자유박물관 창설자 어빈 보로우스키, 뉴저지에서 미혼모들을 돕는 캐시 디피오레,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70명의 문제아를 위탁가정에 보낸 다나 마틴, 노숙자 보호시설을 방문하고 봉사단체 ‘아워 키즈 케어’를 만든 멜리사 페트리(14)가 수상했다.
다양한 배경의 이들 수상자들은 모두 양심의 소리를 듣고 그냥 지나치지 않은 사람들로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자기 사람에서 일어났는지가 신기하다는 사람들이다. 사랑의 정신, 봉사의 부름은 모든 사람을 사로잡지만 그 모든 사람들이 응답을 하지는 않는다. 응답한 사람들은 의무감이나, 두려움,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재미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이기적인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에, 신의 은총에 감화를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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