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나는 새 떼로 뒤덮인 일리노이주 브리즈
일리노이주의 브리즈시는 드넓은 초원 위에 펼쳐져 있는 깔끔한 목장마을. 그러나 이 평화로운 마을에 요즘은 매일 해뜰 때와 해질 때마다 무시무시한 광경이 연출된다. 해지기 바로 직전 하늘이 진동하며 검은 구름이 질주해와 고등학교 교정을 덮치는 것이다. 이 검은 구름의 정체는 매일 밤 마을에 잠자리를 틀기 위해 내려오는 찌르레기 떼. 동틀 무렵 머리 위를 쳐다보면 나무들마다 수백 마리의 찌르레기가 빼곡이 무리 지어 앉아있어 한겨울의 앙상한 가지들이 모두 깃털 베개처럼 푹신해 보일 정도다.
거리와 자동차, 젖소들과 놀이터 그네시설 등이 모두 새똥으로 하얗게 뒤덮였고, 풀밭 역시 군데군데 눈덩이를 뿌려놓은 듯하다. 게다가 짹짹이고 딱딱거리는 소리로 소음이 진동을 한다. 올해 73세인 주민 달리 니먼은 "평소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하는 남편조차 불평을 할 정도"라고 말했고, 세 아이의 어머니인 라켈 스트루바트는 "매일 양동이를 들고 나가 새똥을 물로 씻어 내리고 있지만 사람들이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할 정도로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찌르레기 떼가 도착한 지난 3개월 동안 마을 주민들은 새들을 쫓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다. 경찰서에서는 작은 대포를 사서 쏘아보기도 했고 폭죽을 써보기도 했지만 별 효험이 없었고, 주민들은 풍선에 사나운 동물을 그려 띄운다든가 나무판을 두드리는 소리로 쫓아내려고 시도해 봤지만 허사였다. 시에서는 마을에 총기류가 넘쳐 날까봐 찌르레기 떼 사냥을 허용하지 않아 주민들은 새를 향해 돌을 던지거나 밤에 밝은 빛을 비추는 원시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자포자기에 이른 몇몇 지역 농부들이 자기 돈을 내고 최근 새들이 모이를 먹는 장소에 독극물을 뿌려달라고 연방 농무부에 요청한 결과 수천 마리의 죽은 새떼가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며 쿵쿵 땅에 부딪치는 바람에 인구 4,020명의 작은 마을이 마치 폭탄세례를 받는 듯했다. 자기 집 마당에서 117마리의 죽은 찌르레기를 주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게는 수십 마리의 사체를 쓰레기통에 쓸어 넣었다는 보고가 많았지만 새떼가 줄어드는데는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 찌르레기 떼는 매년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기 위해 이 마을을 지나가곤 했지만 올해는 온화한 겨울날씨 탓으로 더 이상 남하하지 않고 브리즈에 머물기로 작정한 듯하다. 게다가 이 마을은 새떼에겐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숙박지. 마을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는 목장에는 고단백 젖소 사료들이 널려있어 낮에는 목초지에 나가 배불리 먹고 밤이 되면 마을에 돌아와 나무 위에서 단잠을 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브리즈 마을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이동 통로에 걸쳐있는 일리노이주의 마을들은 대부분 찌르레기 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 주에 걸쳐 적으면 수천 마리에서부터 많으면 수백만 마리까지 찌르레기 떼가 없는 곳이 없다"고 스프링필드의 연방농무부 야생동물국장 커크 거스타드는 말한다.
도대체 몇 마리인지 수를 셀 수도 없는, 브리즈를 점령한 유럽산 찌르레기들은 사실 작고 예쁜 새들로 짙은 색의 깃털에 보라, 초록, 금빛 줄이 섞여 아름다운 광채를 낸다. 하지만 예쁜 겉모습과 달리 배설물은 독해, 공기를 통해 인체에 흡입될 경우 호흡기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은 배설물을 그때그때 제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와 아이들이 타는 그네는 우선적으로 그 날 그 날 치우지만 치우자마자 금방 또 더렵혀지기 때문이다. 시의 공공사업부는 거리를 깨끗이 유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비가 내려 모든 걸 씻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도널드 모 시장은 안타까움을 전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노력으로 일부 주민들은 아름답고 우아한 고목들을 베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마을 교회는 아침예배 신자들이 새똥 세례를 받는 일이 잦아지자 최근 17그루의 배나무를 베어버렸고 마을의 멋진 참나무들도 잘려나가고 있다. 독약을 더 쓸 수도 있다. 연방농무부가 사용하는 독극물은 찌르레기의 사체 내에서 금방 분해되기 때문에 그것을 먹은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는 별로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구스타드 국장는 진정한 처방은 단 하나 뿐이라고 말한다. 바로 "새들을 너그럽게 봐주는 것"이 그것이다. 봄이 되면 어차피 북쪽으로 날아갈 테니까 말이다. 브리즈 주민들에겐 그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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