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포 떨어지는 해변, 레드우드 숲속 등산로등 절경 많아
갈 길이 바쁘거나, 건성건성 둘러볼 생각이라면 아예 찾지 않는 게 더 나을 곳이 캘리포니아의 ‘빅서’다. 1번 고속도로를 따라 펼쳐진 작은 해안마을에는 감춰진 보물들이 많지만 그것은 애써 찾아내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고, 노력의 결실은 기대 이상이다.
1800년대 말부터 몬트레이에서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자작 농가들이 찾아낸 땅 빅서는 솟아 나온 곶으로 바닷물들이 쉴새없이 부서지고, 깎아지른 계곡에는 레드우드 숲이 햇빛을 가리며, 안개가 너무 짙어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거칠고 궂은 땅이었다. 이어 사업가들이 따라 왔지만 목축이나 벌목 같은 것을 하기에는 채산성이 맞지 않음을 알고 곧 물러났다.
도로도 1937년에야 뚫렸다. 전기는 1950년대에야 들어왔다. 사실 지금까지도 빅서에서 살기는 그리 수월치가 않다. 바로 4년 전만 해도 엘니뇨 폭우로 고속도로가 파괴돼, 마을이 고립됐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관광객을 끌기 위한 날림 개발사업 같은 것은 볼 수 없다. 하이킹 트레일과 캠프 그라운드, 숲 속에 자리잡은 숙박업소, 샌드위치와 커피, 화랑과 꼭 가정집 거실처럼 느껴지는 문학관, 그리고 숨어있는 해변보다 더 사람 손이 간 것은 없다.
예를 들어 파이퍼 비치는 1번 하이웨이에서 2.5마일 떨어진 곳에 있지만 시카모어 캐년을 따라서 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야만 닿는다. 한낮의 피크닉이나 해질 녘 산보 길로 이상적인 이 비치는 그러나 운이 좋아야만 찾을 수 있다. 고속도로에도 그런 해변가가 있는지 말해주는 표지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로컬 도로에도 그리로 찾아가는 길인 ‘시카모어 캐년 로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없다.
이 해변을 관리하는 연방 삼림국이 가끔 표지판을 새로 세워 놓으면 지역 주민들이 밤사이에 없애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공권력도 그 일은 문제삼지 않는 것이 이곳의 분위기다.
현재 주차장과 화장실 공사 때문에 폐쇄된 이 비치로 가는 길은 이 마을 우체국이 자리잡고 있는 ‘빅서 센터’와 주립공원 방문자 센터인 ‘빅서 스테이션’의 가운데쯤에서 시작된다. 거기서 고속도로에서 서쪽으로 급히 내려가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빅서에는 정말 가 볼만한 해변가가 4개쯤 있고 숲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난이도가 보통인 등산로는 3개쯤 권할 만하다.
그중 상쾌한 해변 경치가 좋은 ‘앤드루 몰레라 스테이트 팍’은 빅서의 북쪽 끝에 있다.
이곳의 매력이자 특징은 운전해서는 갈 수 없다는 점으로 피크닉 에리어는 고속도로에서 내리자마자 있지만 거기서 1마일을 걸어야 해변에 당도한다. 그런데 이 길은 캘리포니아 해안의 어느 해변과도 닮지 않았다. 파도에 쓸려 동그랗고 부드러워진 옥돌들이 깔려 걸을 때마다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빅서의 남쪽에 있는 ‘줄리아 파이퍼 번스 스테이트 팍’에 가는 사람은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하이웨이에서 내려 동쪽으로 가면 입구가 나오는데 차를 세워놓고 4분의1마일쯤 슬슬 걸어가면 맥웨이 폭포가 떨어지는 숨겨진 해변과 커다란 바위 주위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기가 막힌 경치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누구라도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빅서에서는 자연의 위대함을 만끽하려면 역시 걸어 다녀야 제 맛이다. 동쪽에 있는 벤타나 윌더니스는 25만에이커에 달하는 산타루치아 산맥으로 하이킹 트레일이 237마일이나 되지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들도 몇 개는 된다.
출발하기 전에 빅서 센터에 있는 델리에 가면 아주 맛있는 샌드위치를 주문대로 만들어주며 바로 옆에 빅서 스테이션에 가면 레인저가 트레일 지도를 준다. 인기 있는 코스는 스테이트팍 가운에서부터 파이퍼 폭포까지 가는 길로 왕복 1.5마일쯤 되며 노변의 레드우드 숲이 인상적이다. 60피트나 떨어지는 폭포는 봄에 가장 수량이 많다.
농부 마이클 파이퍼와 그의 프랑스인 아내 바바라가 네 아이와 여러 종류의 가축들을 데리고 몬트레이를 떠난 것이 1869년이었다. 훨씬 남쪽에 있는 목축지인 ‘퍼시픽 밸리’를 향해 떠난 길이었지만 ‘빅서 리버’를 건너면서 너무 지쳐 쉴 곳을 찾았는데, 로잘린드 샤프 월이 쓴 이 지역 역사책 ‘험한 해안과 외로운 자’에 따르면 파이퍼 일가는 빽빽하게 너무 자란 풀들과 곰, 산사자가 무서워 언덕 위에 머물게 됐다.
저 아래로 바닷가를 보고 한 겨울만 그 언덕 위에서 지내기로 했던 파이퍼 일가는 결국 ‘퍼시픽 밸리’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그 곳이 그들의 집이 되고 만 것으로 한 번 이곳에 가본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빅서는 LA 다운타운에서 294마일 북쪽에 있으며 101과 1번 하이웨이를 타고 간다. 마지막 50마일쯤은 해안 절벽을 따라 매우 구불거리는 길이라 기껏해야 시속 30마일을 낼 수 있을 정도다.
파이퍼 빅서 스테이트 팍의 1일 입장료는 자동차 1대당 3달러지만, 앤드루 몰레라, 라임킬른, 포인트 로보스 같은 다른 입장료 받는 공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빅서 상공회의소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ww.bigsurcalifornia.com, (831)667-2100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