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밑거름을 듬뿍 넣고 감나무를 심었다. 우리 식구가 된 것을 감사하듯 첫해부터 열댓개의 감이 열려주었다. 가을이 되자 마켓에선 볼 수 없는 탐스러운 큰 단감이 되었다. 아내와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마음에 풍요함을 느끼곤 했다.
어느해인가 그 해도 많은 열매가 달려주었다. 가을이면 감을 많이 얻으려고 물만 줄줄 알았지 주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느날, 전날밤에 몰아쳤던 바람에 한쪽 가지가 부러져 나갔다. 열매가 많이 열리면 열릴수록 지지해줄 수 있는 버팀목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의 가정도 감나무와 똑같다. 물질을 많이 얻겠다고 급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몸도 마음도 다 지치고 가정을 지탱해주는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화목이라는 잔뿌리가 썩어들어가고 큰 가지가 부러져나간다.
자녀교육도 똑같다. 자녀에게 좋은 열매를 바란다면 자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자녀의 심리를 파악하고 정성껏 돌보아야 한다. 관심을 두지않고 자녀의 능력을 모르면서 몰아부치면 아이는 탈선이라는 유혹 속으로 빠져버린다.
그렇다. 감나무에게 버팀목이 필요하듯이, 우리 모두에겐 버팀목이 꼭 필요하다. 힘든 이민가정일수록 더 더욱 필요하다.
남편은 아내에, 아내는 남편에, 부모는 자녀의 버팀목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신앙이라는 큰 버팀목이 하나 더 삼각형으로 받쳐주면 더 더욱 좋겠다.
부부의 버팀목은 물질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서로 손을 잡아주고, 참아주고, 한발 아내를 위해, 남편을 위해 뒤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고, 때론 같이 울 줄도 알아야 하고, 같이 배고픔을 이겨낼 줄도 알아야 하고, 무릎을 꿇고 기도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자녀의 버팀목은 자녀의 문화를 이해하는 친구가 되어주고, 감싸주고 껴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미소를 주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힘들 때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 주는 것이면 된다.
보스턴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있다. 대학시절, 단풍잎 20여장을 차곡차곡 넣어 자기엄마에게 동부지방의 가을을 보낸 적이 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는 응접실 책장안에 단풍잎을 넣어놓고 가끔씩 그것을 바라보며 미소짓곤 한다.
만지면 부서져버리는 남에겐 아무 쓸모없는 단풍잎 몇 장이, 딸은 엄마를 생각하며 배려하는, 엄마는 딸을 항상 약한 갈대로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서로를 지탱해주는 튼튼한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2년전 나의 50회 생일날, 나는 딸아이에게서 우리 둘만이 마음속에 간직하는 진주보다 더 영롱하고 값진 생일선물을 받았다. 전화로 “내 아빠가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아빠”라고 말하였을 때 나는 왈칵 눈물을 쏟을뻔 했다.
지금도 그 말이 생각날 때면 나는 이 세상이 힘들고 피곤함의 연속이지만 한번 살아볼만한, 누구에겐가 버팀목이 되려고 노력해 볼만한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