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항지역 한인회는 지난 87년 동포들의 숙원인 자체 회관을 마련하면서 ‘민족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 그리고 ‘민족관장’이라는 직책도 두고 있다. 그러나 회관을 구입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이것이 ‘민족관’이라며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현재 민족관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주고 있는 것은 도서실 벽에 걸려있는 독립유공자의 사진이 전부이다. 실로 "말뿐인 민족관"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의 연혁을 보면 1912년 11월 대한인국민회 상항중앙총회를 시작으로 보고 있다. 햇수로 따지면 90년이니 미주지역 한인 단체중 선두이다. 그리고 상항은 공식 외교 사절인 민영익을 대표로 한 ‘보빙사’ 일행이 1883년 샌프란시스코에 첫 발을 내디딘 유서깊은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스틴 허만광장에 건립된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이 이를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는 하와이를 거쳐온 초기 이민자들의 본토 진출의 관문이기도 하다.
이와같이 이민역사적으로 중요성을 지닌 이곳에 ‘이것이 자랑스러운 한인들의 이민 유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팍의 호수가에는 중국 커뮤니티가 세운 ‘팔각정’이 건립되어있다. 또 일본 커뮤니티의 경우 ‘천황 방문’ 기념비와 ‘일본인 이민 100주년 기념비’를 세워 그들의 뜻을 기리고 있다.
한인들의 경우 1908년 해외독립 운동의 도화선이 된 ‘장인환, 전명운의사들의 의거가 있었지만 90년이 지나도록 이를 기릴만한 조그만 표석하나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두 의사의 의거기념 조형물 건립 사업과 사적표지석 설치사업이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서울의 전명운의사 기념사업회가 지난 98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한인회에 기부한 자료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인회관이 ‘민족관’으로서의 역할을 할려면 이러한 자료 하나라도 일반 동포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의 전시는 회관내 적절한 공간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현재 도서관이나 강당등 비어있는 공간을 이용하여 자료 전시를 늘려나가야 한다.
내년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민 100주년 사업을 돈이 많이 드는 거창한 사업만 생각하기 보다 한인회관이 실제로 민족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료전시등의 사업도 추진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사회내에 이민 역사 자료 수집 운동도 일어나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한인회관이 각종 자료로 가득할 때 말뿐이 아닌 실제적인 ‘민족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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