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떠나 흑인 대학으로 옮긴 존 먼로
불우청소년 위한 기회 창출에 전력 투구
학계에서 가장 영예롭고 알아주는 자리일 하버드 칼리지 학장 자리를 이름도 없고 돈도 없는 앨라배마의 가난한 흑인 칼리지 행정 및 교수직과 바꿨던 백인 교육자 존 먼로가 지난 3월30일, 캘리포니아주 라번에서 세상을 떴다. 향년 89세.
지난 1967년, 하버드를 떠나 버밍햄 교외에 자리잡은 대학 인가도 받지 못한 마일즈 칼리지로 옮겨 미국 학계를 놀라게 했던 그는 하버드 졸업생이자 그 학교에서 21년 동안 행정을 담당했고 그중 9년은 학장으로 재직했었다.
친구와 동료들은 그의 용기와 이상주의는 존경했지만, 학생들이 물질적으로 궁핍할 뿐만 아니라 빈약한 공립학교 교육의 결과 수학능력도 형편없는 그 학교에서 어떻게 버틸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밀스 칼리지 학생들은 수학, 역사 및 기타 다른 과목에서 아무리 별 볼일 없어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정도의 기초지식마저 결여돼 있었다.
그러나 일단 자리를 잡자 먼로는 행복해 했다. 친구들에게나 기자들에게나 자기는 잘 하고 있으며 자기가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학생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35년 동안 가르치면서 이렇게 보람 있는 학생들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그는 프레시맨 영어 및 사회과목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1주일에 10시간 강의를 했으며 혜택 받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는 하버드나 기타 주류 대학들보다는 마일즈나 그와 비슷한 대학들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함을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마일즈에서 마련한 1학년용 핵심 커리큘럼은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는데, 이 학교 재무담당관으로 먼로의 제자인 다이애나 나이튼은 먼로 교수는 백인 교수가 익숙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흑인 학생들을 특유의 열정과 헌신으로 사로잡았다고 회고했다.
먼로는 1970년대 말 마일즈를 떠나 비슷한 환경의 작은 흑인 대학이었던 미시시피주 투갈로 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학생들에게 보충 수업을 시켜가며 계속 열정을 불태웠다. 흑인교육 옹호가인 그는 일부 교육가들이 작고, 재정도 든든하지 못한 흑인 학교들은 도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한마디로 "바보 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작은 학교들은 기존의 큰 학교들이 만들려고도 하지 않고 만들 수도 없는 특수 커리큘럼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일즈나 투갈로 같은 학교들이 많아지는 것이 미국 전체에 이로울 것이라고 믿었다.
존 어셔 먼로는 1912년 12월23일, 매서추세츠주 노스 앤도버에서 부유한 방앗간 집 딸이던 어머니 프랜시스와 하버드를 나온 화학자였던 아버지 클랙스튼 먼로 사이에서 태어났다. 앤도버의 필립스 아카데미와 하버드를 장학금으로 다녔던 그는 학부 시절 마르크스에 관한 세미나를 관심 깊게 쫓아 다녔으나 공산당에 입당하기는 거부했다.
’하버드 크림슨’지 기자가 됐지만 그 보수주의를 비판하던 그는 크림슨 편집진에 반기를 들고 ‘하버드 저널’이란 신문을 창간, 1년 휴학까지 해가며 열심히 만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릴 적부터 사랑한 도로시 스티븐스 포스터(1984년 사망)와 결혼, 두 딸을 둔 먼로는 졸업 후 하버드 대학 보도자료를 쓰며 ‘보스턴 트랜스크립트’ 기자로 일하다가 2차대전에 참전, 동성 무공훈장도 받았다. 종전 후 소설을 쓰다가 하버드로 돌아와 ‘GI 빌’로 공부하려는 참전용사들을 돕던 그는 1950년대 초, 하버드의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개혁하고 1958년에 학장이 됐다.
1962년에 흑인 교육자들의 모임인 미국교사협회 연례 총회에 갔다가 만난 마일즈 칼리지 학장 루시어스 피츠로부터 교수들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방문 초청을 수락, 이후 3년 연속 무보수로 여름마다 강의를 하다 마침내 1967년 자리를 옮겼지만 학장이나 총장 자리를 사양하고 아무 권력이 없는 프레시맨 담당 디렉터를 맡아 1학년 자퇴율을 50%나 줄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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