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풍요가 있으면 행복하리라고 막연히 생각하면서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사업이 있다.
바로 ‘고아 수출업’. 본국의 외교관까지 ‘아이 수출’(Exporting Children)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한국정부는 이 부끄러운 해외입양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의 고아원에서 배를 굶으며 자라느니 차라리 미국 가정에 입양돼 잘 먹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 지금까지 대다수 한국인들이 가져온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와 입양알선 기관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계속되온 음모라는 것을 알고나면 민족적인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입양아들의 문제를 연구하고 상담 해온 가주 교정국의 외래환자 담당 박영수 박사와 입양한 부모들의 연합체인 ‘프랜즈 오브 코리아’의 크리스 윈스턴 회장은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가주국제문화대학에서 강연을 갖고 입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박사가 강조한 키 포인트는 "과연 누구를 위해 입양을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우리는 이제까지 입양사업은 ‘불쌍한 고아들’을 위한 복지사업이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해왔다.
입양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고아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입양된 고아들 중에는 정체성 상실과 내면적 방황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박 박사에 따르면 입양사업에 관계된 당사자중 혜택을 입는 쪽으로 △한국정부는 고아수출로 사회복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입양 알선기관은 돈을 벌 수 있고 △입양한 가정은 아이가 생겨서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입양아는 생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과 정체성 혼란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 이민국 통계상 미국에 입양된 한인은 모두 8만1천여명으로, 당시 한인수 83만여명의 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입양사업을 보는 한국정부는 한마디로 복지시설을 운영하려면 돈이 드니까 해외로 내보내자는 것이다.
박 박사는 지난해 여름 시애틀에서 열린 재미한국입양아 및 입양가정 전국대회장에서 한국의 한 영사가 해외입양을 "해외로 아이들을 수출(Exporting Children)하는 것"으로 표현할 만큼 무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이 표현을 들은 입양아 및 미국인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강연장에서 윈스턴씨가 말했듯 "다른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다. 더구나 피부색과 생김새가 판이하게 다른 한국아이를 입양해 백인 틈에서 기를 때 아이는 물론 양부모가 겪는 갈등은 매우 심각하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정부는 입양을 희망하는 외국인이 중국을 방문해 입양대상 아이를 미리 보고 중국의 실정도 파악한 후 결정하게 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박영수 박사가 3년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 이같은 정책의 도입을 건의하자 "그러면 한국아이들을 누가 입양하겠는가?"라는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OECD에 가입할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한국. 더 이상 부끄러운 ‘고아수출 1위국’의 이름표를 이제는 떼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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