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 하지만 사람들이 뽑아가지 않으면 외롭지 않다. 서로 찌를 것 같은 솔잎들이 얼마 후 낙엽신세가 될지언정 든든한 등걸에 매달려 바람 따라 볼을 비비며 노래하는 것을 보면, 천국이 따로 없다.
사람들도 모여 산다. 모여 살기 싫으면, 이동(移動) 내지는 거부의 자유가 주어진 선택된 존재이면서도 그들은 천국을 사후세계로 미루려 한다.
공동체의 가장 작은 세포인 가족을 식구(食口)라고도 한다.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는 가난하던 시절 경제 단위, 숟가락을 함께 담 구어 찌개를 떠먹는 최첨단 조직. 아무리 배고파도 가족은 당연히 사랑의 공동체란 표현이 앞섰어야 한다.
하루의 시작, 식사 후에는 공동사회 일원으로 직장에 나간다. 오케스트라 멤버처럼 자기 악기의 음을 정성 드려 내면 그 아름다움, 합창단 일원으로 자기소리를 죽여 모여지는 천상의 화음, 그러하듯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면 건실한 사회, 거기가 천국이다.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는 하루도 살수 없다. 사람이 싫어 혼자 무인도에서 살고 싶다는 말은 노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노인이 이놈의 세상 빨리 떠나고 싶다는 말처럼 거짓 말이다.
밥상머리에 떨어진 밥알 하나, 어른들 잔소리로 듣기 전에 얼른 주워 먹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 해보자, 그 한 알에 농부의 일년 열두 달, 땀이 배어 있고 방아 찐 사람, 운반한사람, 쌀을 사온 사람, 밥을 지은 사람, 밥솥을 만든 사람...., 어느 물건 하나를 집어들어도 줄기에 고구마 따라나오듯 연관된 이들의 정성이 담겨 나온다.
하루종일 매스컴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알려 준다. 서로 속이고 죽이고 헐뜯고 미워하고 실수하고 감동시키고.... , 인생은 사람끼리 엉킨, 엉키기도 잘하지만 풀리기도 잘하는 실타래다. 역사도 예술도 도덕도 정치도 인간관계를 풀어주는 열쇠일 뿐이다.
짜투리 땅에도 나무 심듯, 이 모든 것을 까탈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면 천국이다.
세상에는 업종이 다양화해지고 일이 세분화할수록 산다는 게 편해진다. 엊그제는 한국 식품점에서 포장된 칼국수를 사왔는데 오래 전 소공동 칼국수 집 맛에 버금간다. 먹고 쓰고 사는데는 천국처럼 보인다.
그런데 세분화 될수록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외국어에 뒤떨어지면 지구촌의 촌놈 되고, 컴퓨터에서 뒤지면 문맹보다 더한 컴맹이라고 돌림 받는다. 솔잎은 자신이 떨어질지언정 사람들처럼 남을 밀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정신세계가 있다. 그래서 사람의 일생을 길이(시간)로만 가늠하지 않고 깊이(마음)로 가늠한다. 깊이로 사람들은 더 큰 기쁨을 얻기도 하고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는, 태반의 이유가 깊이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함이다. 지식과 학식이 넘쳐도 행복하지 못한 건 심성이 깊지 못한 때문이다. 저명한 지식인을 만났을 때 뜻밖에도 얕은 심성을 보게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사람은 정신적 인간관계로 인하여 고독의 늪으로 빠져들기도 하도, 정신적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이성과 자녀와 친지, 이웃에 대한 사랑 또는 갈등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회에서 3박 4일간 피정(避靜) 첫날, 주최측은 종이 한 장 씩 주면서 지금 제일 미워하는 사람 다섯 이름을 적어 보라고 했다. 기도하고 사색하고 좋은 이야기 듣고 통회하고 마지막 날. 지금 제일 사랑하는 다섯을 적으라고 했다. 놀랍게도 대부분 첫날 적어낸 미워하던 사람들이었다.
학력이 높은 사람, 돈이 많은 사람, 권력의 끈을 잡고 있는 사람의 무리가 행복 할 것 같아도, 행복은 의외로 남에게 손해를 볼때, 남을 믿어 줄 때, 아깝지만 내 것을 내어 줄 때, 즉 남을 위해 살아갈 때 생겨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와 그리고 네가 똑같이 사랑하는 것, 알고 보면 그것은 우리가 함께 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곳이 천국이다.
서양 속담에 <남의 허물을 숨겨주어라. 그러면 신은 두 사람의 허물을 모두 용서해 줄 것이다.> 여기서 허물의 범주는 잘못 내지는 과실이다. 이것을 이룬다면 그곳이 천당이다. 당신이 그 보다도 더 호화로운 천당을 원한다면 그것은 신기루 일 뿐이다.
솔직히 말해 그대 교회에서는 지금 서로 얼마만큼의 허물을 숨겨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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