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갈색 황무지 구릉 사이로 난 이 활주로는 전설적인 항공기들이 마지막 안식처로 찾아든 곳이다.
최근 샌디에고 항공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P-51 머스탱, F-4 팬텀 전투기들 사이에서 비행기 한 대가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빨강과 흰색으로 칠해진 미끈한 동체의 랜케어기 조종간에는 한 사나이가 앉아 있었다. 이 사나이는 항공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그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온 것이었다.
에릭 린드버그는 75년 전 소형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단독 횡단했던 그의 유명한 할아버지의 비행을 재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에릭은 이 모험적인 항공 도전을 다음 달 시도할 예정이다.
"랜케어, 이륙해도 좋다"는 관제사의 목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에릭이 엔진파워를 올리자 비행기는 스포츠카처럼 활주로를 힘차게 미끄러지더니 창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랜케어의 고도가 3,000피트에 이르자 활주로는 가늘게 구릉 사이에 묻히고 앞에 펼쳐지는 시야에는 검푸른 태평양이 수평으로 솟아올랐다.
지난 1927년 뉴욕-파리간의 획기적인 비행 후 세계에서 찰스 린드버그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33시간30분간의 단독비행으로 지구는 한층 작아졌고 그는 하루아침에 가장 유명한 조종사가 됐다.
올해 37세의 에릭은 큰 키와 호리호리한 체격, 금발머리칼과 맑고 고요한 눈동자 등 할아버지의 모습을 꼭 빼 닮았다. 용모뿐만 아니라 능숙한 비행술도 할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하지만 존 린드버그의 아들인 에릭이 처음부터 조종사의 삶에 끌렸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린드버그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비행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세운 항공 역사의 유산을 요란하게 과시하는 것이 때론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할아버지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에릭은 할아버지가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아홉 살이었다.
에릭은 항공교관이 될 만큼 비행에 능숙했지만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땅 위에서 성취하는 것들이었다. 그는 체조와 스키에서 남다른 재능을 과시, 수많은 우승메달을 땄다. 그러나 관절염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에릭은 30세의 젊은 나이에 심한 류머티스성 관절염에 걸려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관절염은 느리게 진행되는 사형집행 같았다. 나의 그런 죽음을 상상했었다"
에릭은 악화되는 관절염의 치료법으로 조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삶은 2년 전부터 변했다. 치료약 복용으로 병세는 극적으로 호전됐다.
할아버지가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비행기 ‘세인트루이스 정신호’의 소형모델을 조각하다가 할아버지와 비행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
에릭은 할아버지의 대서양 횡단 75주년을 뜻깊게 기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항공전문가인 친구 그렉 매리니엑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리니엑은 "단발 경비행기를 타고 뉴욕에서 파리까지 날아가는 것은 비행의 에베레스트와 같다. 아직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라며 경고했다.
그러나 매리니엑은 마침내 에릭의 집념에 굴복, 두 사람은 카본파이버글래스 동체의 랜케어 컬럼비아 300기를 변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위성통신 및 추적 시스템을 장착한 이 비행기는 310마력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고 3,600마일을 날 수 있다. 세 개의 좌석을 없애고 대신 연료탱크를 추가했다.
4월 초에 ‘새로운 세인트루이스 정신호’로 명명한 이 비행기의 시속은 184마일로(찰스 린드버그는 시속 108마일로 비행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에릭은 20시간에 대서양을 횡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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