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절감 위해 항공사들 기내식 대부분 축소
4시간미만 국내선 음식없어… 컨티넨탈은 양호
계속되는 미국 경기침체와 테러위협 속에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장기화되면서 기내식 서비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예전에는 여섯 내지 여덟 시간 쯤 소요되는 미국 국내선 항공여행에서는 따뜻한 기내식이 제공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9.11 테러이후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도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경쟁이 낮은 노선일수록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행시간이 4시간 이하인 단거리 국내선 노선의 일반석 티켓에는 기내식 옵션이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클래스도 2시간 미만의 노선에서는 기내식이 없어졌다. 또 일등석에는 기내식을 제공하면서, 일반석에는 음료수와 간단한 스낵만 제공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 결과, 마이애미나 샌후안에서 뉴욕, 또는 보스턴으로 가는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서 아무것도 먹지못할 각오를 해야 한다.
비행시간 2시간 미만의 단거리 노선이라도 너무 방심해서는 안 된다.
뉴욕타임즈 마크 비트먼 기자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비트만은 지난 달, 커네티컷 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오전 11시 30분, 신시내티발 델타항공기에 탑승했다. 예정 이륙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었으므로, 비트만은 샌드위치라도 하나 사먹을 생각에 12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체크인 15분, 보안검색에 20분이 걸린 후 탑승시간에 맞추느라 점심 사먹을 시간이 없었는데, 난기류로 인해 갑자기 항공기가 30분 늦게 출발한다고 발표했다. 근처에 스낵바가 한 개 있었지만 줄을 선 사람이 20여명이나 되었다. 결국 2시 넘어서야 탑승했는데, 비행기 안에서 또 다시 30분이 연발됐다. 그는 오후 4시 30분 신시내티 공항문을 빠져나올 때까지 기내식으로 물과 프레첼 두 개만을 받아 먹었다.
중간기착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진다.
얼마 전, 뉴욕의 한 여성은 라구아디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피츠버그를 경유하여 라스베가스로 여행했다.
그녀가 8시간 동안 두 비행기 모두에서 제공받은 음식은 음료수와 프레첼 뿐이었다. 두 항공사는 승객들이 피츠버그에서 음식을 사먹는다고 가정했는지 모르지만, 중간기착지에서는 음식 사먹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
혹자들은 9.11 테러이후 승객들이 공항에 더 일찍 나오기 때문에, 대기하는 동안 음식 사먹을 시간이 충분하다고 주장할런지 모른다. 하지만 비트만의 경우에서 보듯, 공항에 더 일찍 간다고 해서 공항구내를 한가롭게 소요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향후 항공기 기내식의 전망도 밝은 편이 못된다. 미국내 2대 항공기 기내식 제공사인 LSG 스카이 칩스와 게이트 고메이는 9.11 이래 직원들을 30% 가량 해고시킨 후, 아직까지 재충원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6대 항공사 중에서 9.11 테러 이후 기내식 서비스를 줄이지 않은 항공사는 컨티넨탈 뿐이다.
예를 들어 컨티넨탈은 3시간 9분이 소요되는 휴스턴-라구아디아 노선에서 치킨 샌드위치, 스낵류, 사과, 쵸콜렛 캔디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난해 12월 컨티넨탈은 기내석 점유율 72.7%로 대형 항공사들 가운데 당당 수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노스웨스트 항공사가 72.25%로 뒤를 이었고, 유나이티드는 71.4%, 유에스 에어웨이스는 64.3%에 그쳤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항은 컨티넨탈의 변함없는 기내식 서비스가 다른 항공사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궁극적으로 기내식이 9.11 이전수준으로 원상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항공기 기내식 변화가 9.11 테러사건의 직접적인 결과물은 아니라고 말한다. 9.11 이전부터 항공업계가 전반적인 경영난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9.11이 추가적인 타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기내식 퇴보의 일차적 뿌리를 안전문제보다는 미국경기의 불황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뉴욕소재 골드만삭스의 항공업계 분석가 글랜 엔젤은 이렇게 말한다.
“지출경비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항공사들은 지난 수년간 기내식의 품질과 경비를 계속 낮춰왔다”
엔젤에 따르면, 각 항공사들의 미국내선 일인당 기내식 지출은 1991년의 4달러 50센트에서 2000년에는 3달로로 감소했다. 또, 일인당 기내식 비용을 공표하는 항공사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내식 수준은 2000년의 그것에도 못 미친다고 말한다.
기내식의 지출삭감이 항공사들에게 실제로 얼마만큼의 경비절감 효과를 주는지는 불분명하다.
뉴욕소재 AMB 증권사의 항공분석가 레이몬드 나이들은 설명한다.
“기내식 경비는 전체 항공운영 경비의 1% 선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직원들을 대량해고하는 마당에 운영비절감 압력을 느끼게 되고, 그럴 경우 기내식 분야가 가장 손쉬운 타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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