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이먼 장(63·마켓 운영)씨는 남들 다 들로 산으로 놀러 나가는 주말에 가게를 보면서도 일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벨 가든에 위치한 그의 마켓은 주고객이 히스패닉,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 후로 그의 일터는 곧 살아있는 어학 실습실이 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약 5년 째 히스패닉 공동체 한복판에 있는 마켓을 운영하다 보니 이제 급한 대로 고객, 직원과 의사 소통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스페인어 실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늘 기본적인 문법을 조금만 체계적으로 배운다면 이래저래 주워 들은 거리의 지식과 합해져 얼마나 청산유수처럼 말을 하게 될까 안타까움이 있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 영어 한 가지만 하기도 힘들 판에 그는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약 두 달 전부터 언어 학교를 찾았다. 일주일에 두 차례, 개인 교습을 받으러 가는 날의 아침은 손수건 옆에 달고 등교 길에 오른 초등학교 학생이 된 양, 가슴이 설렌다. 마리오 아포다카 (Mario Apodaca) 선생님이 자기 나이보다 많은 학생을 어려워 않고 발음 틀린 것이며 잘못된 표현법을 고쳐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스페인어를 배우러 다니면서 이제껏 아무 생각 없이 썼던 스페인어가 얼마나 제멋 대로였는가를 깨닫고 얼굴이 붉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른에게 해야 할 말을 어린이에게 한 것은 부지기수이고, 아가씨에게 해야 할 표현을 부인들에게 썼던 적도 많았다. 가게에 오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시인처럼 언어를 갈무리해 사용하는 부류는 분명 아니다. 한 번은 지나치게 천박한 표현을 해오는 고객에게 학교에서 배운 데로 정중하게 응대했더니 오히려 무안해 한 일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것만 갖고는 절대 늘지 않는 것이 언어 학습. 레슨을 마치고 가게로 향할 때면 어학 실습하러 현지로 어학 연수 떠나는 것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자기 전까지 약 2시간 정도 배운 것을 복습하고 어학 교재용 테이프를 듣기도 한다.
예전에는 빨리 물건 살 것 사고 나갔으면 했던 고객들을 이제는 귀찮을 정도로 붙들고 늘어져 "안녕하세요?", "자녀들은 몇이나 있으시나요?", "이름은 무엇입니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묻게 된다. 몇 년째 고객이면서도 얼굴만 알던 이들을 속속 알게 되면서 이웃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와 사랑의 마음도 갖게 됐다.
순박한 민족성, 평화를 사랑하고 나름대로의 찬란한 문화를 가진 그들을 무턱대고 무시했던 건 그들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소치가 아닐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갖게 되던 가게 직원 필립 카마쵸와의 사소한 오해도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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