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밤을 새도 못다 할만큼 얘깃거리도, 나눌 것도 많다. 한 지붕 아래서 잠만 잘 뿐이지 대화거리가 궁색한 가족보다 취미 동우회의 회원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건 이런 이유에서다.
조규석(52·요식업)씨에게 아내와 세 아들은 가족임과 동시에 같은 취미를 공유해 더욱 가까운 친구들이다. 식구들 모두가 검도를 시작한 이후 앉으나 서나 검도 얘기로 꽃을 피우며 집안에는 항상 화목함이 넘친다.
처음부터 가족 모두가 검도를 했던 건 아니다. 죽도를 들고 있는 외삼촌의 사진이 무척 멋있어 보였던지 큰아들 의현(22)이는 검도를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애나하임에서 터스틴에 있는 검도 도장까지 의현이를 데려다주고 레슨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기가 한 달. 그냥 기다리기가 지루했던 조인옥(50)씨는 막내아들 시현이와 함께 덩달아 검도를 시작하게 됐고 두 달 후에는 남편과 둘째아들에게까지 전도(?)를 함으로써 ‘온 가족의 검도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남편에게까지 적극 권할 정도로 좋았던 검도의 매력으로 조인옥씨는 누구나 아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란 점을 꼽는다. 발을 구르고 기압을 주다 보면 어느새 온 몸은 땀으로 목욕을 한 듯이 젖어든다.
검도를 시작하고부터 소화와 배설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피부도 고와졌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 건강 관리와 집중력 향상에 이만큼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싶다. 준비물도 죽도와 유니폼, 호구면 되고 레슨 비용도 아주 저렴해 부담이 없다.
주말이면 온 식구가 도장에 함께 가서 시합을 하기도 한다. 가끔씩 사범은 취미의 공유로 더욱 잉꼬 같은 두 부부를 일부러 대면시킨다. 처음에는 도저히 죽도를 내리칠 수 없어 피하곤 했었는데 이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지한 시합을 벌이게 되었다고.
8년째 가족 모두가 검도를 함께 하다 보니 다른 가족들이 그렇게도 힘겨워하는 아들들의 사춘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나이 많은 회원들과 대면할 기회가 많은 3형제는 미국에서 자란 2세답지 않게 어른 공경하는 자세가 깍듯하다.
<박지윤 객원기자>
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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