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메모리얼데이 연휴 아침, 어느 여인의 흐느낌 속에 잠이 깼다. 건너편에 살고 있는 아파트 매니저의 현관문이 열린 채 매니저 부자(父子)가 부산히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보였고 곧 경찰까지 나타나 분주히 교신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집에 살던 고령의 한인 할머니 한 분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침 일찍 며느리의 아침문안을 받은 뒤 몸이 편찮다며 자리에 누우셨다가 돌아가셨다는 그 할머니.
기자는 그 할머니의 얼굴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머문 지 2년이 지났지만 그 할머니와 마주친 것은 불과 두어 번 남짓.
1년쯤 됐을까? 현관문을 들어서다 우연히 만났던 그 할머니는 "한국사람이었구먼… 앞으로 가깝게 지내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기자는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하고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로의 활동시간이 틀렸던 탓도 있지만 한국사람임을 알면서도 선뜻 일부러 현관문을 두드리고 찾아가 살갑게 대하기에는 왠지 멋쩍었기 때문이다.
흐느끼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돌아가시기 불과 며칠전, 아파트 마당을 걸어가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할머니의 죽음을 보면서 가장 가까이 살았던 이웃으로서 느끼는 기자의 왠지 모를 죄책감 또한 컸다.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 있었던 이웃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마음의 빚’ 때문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외롭게 홀로 사는 노인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자식들이 힘든 이민생활에 치어 사느라 자주 찾지 않아도 원망은 커녕 오히려 자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며 산다. 자신의 피와 살을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도 모자라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고…
5월 가정의 달도 저물고 있는 이때, 오늘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매니저가 혼잣말처럼 내뱉은 씁쓸한 말 한마디. "주말 사이 이웃 할머니가 사망했어도 아파트 주민 중 매니저인 나와 바로 당신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라며 각박한 이웃의 정에 혀를 차던 그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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