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부터 최장기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한국에서도 초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책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이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브랜다이즈대학의 사회학과 모리 쇼츠 교수가 루게릭 병(근육이 서서히 마비돼 손, 발은 물론 마지막엔 온 몸을 다 못쓰게 되면서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죽어가면서 한 때 기자로 활동하다 은퇴한 그의 수제자 미치 엘봄씨와 매주 화요일 만나 한 이야기를 엘봄씨가 글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다가온 현실을 박차고 일어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삶의 끝자락에서 향기를 느끼게 하고 영원히 우리가 기억 속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과 인생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준다.
모리 교수는 이 책에서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가 죽는다는 것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이면서도 자기가 자연을 지배하는 초월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달으면 죽음이 조금도 두려울 게 없다고 말한다.
한 예로 파도는 부서져 없어지지만 바다는 그대로 남으니 죽는다는 것에 연연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제까지 부모, 자식간에도 아침에 만났다가 저녁에 다시 보는 것을 당연시 해왔고, 오늘 살아있으면 당연히 내일도 살아있을 거라고 믿어 왔다. 이러한 개념이 지난해 9.11테러를 겪은 이후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모리 교수의 말처럼 죽는다는 것을 알고 죽는 방법을 잘 배우는 것이 잘 사는 길임을 터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젠가는 모리 교수가 아플 때 동료가 죽어 장례식에 갔다 와서 한 말이 눈길을 끌었다. 장례식이란 틀렸다면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놓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으며 죽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데 눈물을 아무리 흘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고 꼬집는다.
그의 말은 부음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오게 해 산 사람을 공연히 놀라게 할 필요가 없다. 그래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장례식 전 주위에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을 다 만나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고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ABC방송의 나잇트 라인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이 있는데 ‘죽어가면서 뭐가 제일 겁이 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내 밑을 다른 사람이 닦아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죽기 전까지 자기 몸을 잘 간수하고 죽는 것도 자기가 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몸은 점점 기관이 막히면서 임종 전에는 아예 소변이 시도 때도 없이 줄줄 흘러내려 받아낼 호수를 꽂아놓고 있을 정도로 처참했다. 이렇게 죽어가던 그의 모습을 생각할 때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 것도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할 사안이다.
모리 교수에 의하면 누구에게나 죽음은 닥치게 마련인데 이것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가 우리가 생전에 해야 할 일이라는 결론이다. 누구든지 죽음을 인정하고 살아있는 동안 아둥 바둥하지 말고 마음 편히 그리고 여유 있게, 남한테 양보하며 욕심 내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가본 죽은 사람의 천당과 지옥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대 서사시 ‘단테의 신곡’처럼 죽은 사람의 세계와 똑같은 세계가 현실 속에도 있음과 같은 것이다.
현실 속의 지옥이 바로 살아있는 지옥이요, 현실 속의 천당이 바로 살아있는 천당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는 종교적인 차원에서 볼 때 거리가 먼 이야기일 지 모르나 현실에서는 ‘바로 오늘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시사해주고 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계속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