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전에서 승리한데다 월드컵 열기도 공동 개최국인 일본보다 뜨거운 한국으로 전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당분간 서울, 인천, 수원, 대전, 전주, 광주, 대구, 울산, 부산, 제주 등 10개 월드컵 경기장에 한국민은 물론 외국팀 응원단과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사람들이 모든 경기의 입장권을 가진 것은 아닐테니 자국의 시합이 끝나면 남는 시간은 관광을 하고 샤핑도 할 것이다. 그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갈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남대문 시장의 베네통, 프라다, 샤넬 등 일류 명품과 똑같은 일명 ‘짜가’ 가방과 옷?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나 비슷비슷한 미국이나 유럽풍을 본딴 레스토랑과 찻집들? 아니면 월드컵에의 흥분으로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셔 도로까지 나와 잠자거나 고성방가하는 취객들? 참으로 이상한 나라라고 하지 않을까?
작년 여름 부산에서 동해안 일주도로를 타고 올라오는데 평화로운 영덕 바닷가 옆 산 중턱에 올라앉은 퀸 엘리자베스호(?), 정동진과 양수리의 유람선 모형 레스토랑(배가 바다에 있지 않고 산중턱에 올라간 이유는?)과 이집트 신전, 네덜란드 풍차까지, 그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물과 국적불명 상호가 잔잔하고 온유한 자연의 경관을 완전히 해치고 있었다.
제발 외국관광객들이 좋고 값싼 물건, 넘쳐나는 인심, 그런 것만 보고 갓 쓰고 양복 입은 꼴은 못보고 가길 바란다.
우리가 살고있는 맨하탄도 이처럼 변모하고 있다.
뭔가 묘하고 신비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던 소호 거리에 얼마전부터 패션 디자이너 및 일류 명품점이 늘어나더니 얼마 전 구겐하임 뮤지엄 자리에 오픈한 프라다 매장은 설치미술 작품전처럼 꾸며 놓아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고 있다.
구겐하임 별관이 주위에 점차 유명 부티크가 들어서 샤핑 지역으로 변모해 가는 것을 견디다 못해 결국 소호에서 철수한 것이다.
루이비통, 샤넬, 바니스 등 고급 브랜드도 갤러리를 인수해 소호 진출을 도모하고 있고 블루밍데일스 백화점도 젊은 소비층과 관광객을 겨냥, 스프링과 브룸 스트릿 사이에 대규모 소호 매장 개장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고급백화점은 패션 의류, 액세서리 등을 취급하는 특별매장으로 꾸며진다는데 그러면 소호 거리의 패들러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이 모든 것이 로워 맨하탄 경기회복에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고 정부는 확신하는 모양인데 소박하고 수수한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는 모르는 발상이다.
붉은 벽돌담에 붙은 철제 비상용 사다리가 비에 젖어 가는 고즈넉한 저녁시간, 흐릿한 불이 켜진 엔틱 샵이 얼마나 많은 상념을 갖게 하는지, 무명화가들이 길에서 파는 그림과 액자, 패들러의 액세서리나 모자들, 우연히 들어간 화랑에서 만난 좋은 그림, 좁고 어두워도 복작대는 스낵 점에서 먹은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실컷 먹고 친구와 서로 낸다고 아우성 하다 집어든 계산서는 싸운 것이 남부끄럽게 얼마 안되었다), 눈에 뜨이지 않게 작고 초라한 장소에서 맛보던 그 은밀하고도 소중한 기쁨을 왜 없애려고 하는가.
원래 있던 정취와 분위기를 다 가져가 버린 소호는 이제 소호가 아니다. 명품 쇼핑가로는 42가와 59가 사이의 핍스 애비뉴가 있지 않은가. 굳이 이곳까지 고급화 할 필요가 있는지?
예술가들이 렌트 싼 곳을 찾아 트라이베카로, 브루클린으로 물러난 지도 오래, 거리의 풍경마저 급격히 변해가니 몇 백 달러짜리는 아이 샤핑만 하고 세일 아니면 물건을 사지않는 우리 소시민들은 어디로 가나? 남겨둘 만한 것은 남겨두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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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세상 사람이 다 변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은 안변하기 바란다. 한결같아서 옆에 있는 내마음도 평화로워지는 사람, 말은 어눌한데 속은 꽉 차서 무궁무진한 즐거움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평생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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