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목회학박사.종교 전문기자)
한국과 미국의 월드컵 경기를 놓고 미국시민권자인 한인들은 누구를 편들어야 하나. 국적은 미국이지만 태어난 뿌리는 한국이다.
고향 산천은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황해도, 함경도 등등이지만 사는 곳은 뉴욕, 뉴저지, L.A., 시카고, 애틀랜타, 텍사스 등등이다.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의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현실은 미국에 몸이 닿아 있다.
이 현실 앞에 많은 사람들은 “무슨 소리하는 거야? 당연히 한국 편을 들어야지!”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지난 한국 대 폴란드 전에서는 갈등 같은 것은 느낄 필요 없이 당연히 미국 내 한인들은 한국 편을 들었다. 한국은 48년만에 2-0으로 월드컵 출전 후 첫 승리를 장식했다. 너무나 통쾌한 쾌거였다.
미국에 사는 미국 사람들은 정말 미국 사람들일까. 월드컵 축구 경기 본선이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면서 뉴욕의 주막집(작은 미국 술집들)은 난리 법석을 떨고 있다. 유럽계 술집들은 대형 스크린을 장만해 인공위성 전송으로 라이브 축구실황을 중계해 주는 곳도 많다. 이럴 때 미국에 사는 유럽 사람들은 미국 사람인가 유럽 사람인가.
당연히 그들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편들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이 이번 월드컵 중계를 편드는 각 나라 사람들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 살면서 미국 축구팀을 응원할 진정한 미국 시민은 누구일까. 참으로 아리송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란 나라의 정체성. 이것을 정의 내리지 않고는 미국을 응원할 응원자는 쉽게 찾기 힘들 것 같다. 혹자는 월드컵 경기가 한창인데 무슨 미국의 정체성을 운운 하냐 할 것이다. 간단히 짚고 넘어가 다시 월드컵으로 들어가 보자.
미국이란 나라는 원래 아메리칸-인디안들의 나라였다. 그런데 영국이 북미에 들어와 전쟁을 치루면서 미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후 영국에서 온 필그림 청교도들이 미국이란 신생국에 뿌리를 내리며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치루고 미국이란 나라를 건설했다. 그리고 미국은 유럽과 남미, 아시아 등으로부터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점점 강성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다.
미국으로 이민 와 미국 시민권을 받은 사람들은 미국 사람이다. 당연히 미국 법안에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럴 때 한인 미국 시민권자들이 한국을 편들어 응원하는 것은 타고난 뿌리와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대전을 하지 않고 프랑스와 미국이 대전한다면 미주 내 한인들은 미국을 편들 것이 자명하다. 미국의 물과 공기를 마시며 후대 자자손손 미국에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하는 곳이 이 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컵 16강은 가까이 와 있다. 통계로 보아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이룬 나라가 16강에 오른 확률이 96%에 달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통계에 근거한 말이다. 한국이 월드컵 4강까지 올랐던 폴란드를 꺾었다. 고국 부산에서 열린 이 대회의 승리는 10년 아니, 100년 묵은 체증을 깨끗이 내려보낼 정도로 통쾌한 것이었다.
한국은 미국과의 대전이 문제가 아니라 16강 8강 4강에 이어 최후 챔피언의 나라로 부상할 수도 있다. 게임에 민감한 도박사들까지 한국과 폴란드 전을 본 후 1등 확률의 비율을 150 대 1에서 50 대 1로 껑충 높여 놓았다.
한국팀의 스피드와 작전은 어느 유럽 강호의 팀에 뒤지지 않는다. 스포츠 텔레비전 미국 아나운서들의 코멘트. “한국 선수들은 스피드와 체력 면에서 빠르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했다. 또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된 응원의 열기는 하늘을 찌른다.
반 만 년 역사에 수없이 많은 강국들의 침략을 받아 오면서도 꿋꿋이 살아있는 한반도. 폴란드를 눌러 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린 한국. 남은 것은 한국의 경기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응원하는 길이다.
“아-대한민국! 열정의 나라, 우리의 고국이여!” 16강이 문제 아니다. 월드컵을 제패하고 세계에 우뚝 설 그날이 한국에 오기를 미주에 있는 한인들은 기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팀을 이겨야 한다는 것.
미국에 살지만 한인들의 마음은 미국에 있지 않고 고향 산천에 있음을 하늘도 못 말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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