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다보면 종종 야생 동물을 만나게된다.
나도 십여년 이상 취미삼아 등산을 하면서 희귀한 일이 꼭 한번 있었다. 일년 중 가장 더위가 기숭을 부리는 7월 독립 기념일이었다. 공휴일인데 집안에 특별히 예정된 일도 없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위크맨을 하나 끼고 샌개브리엘 마운틴 북쪽에서 산 정산을 향해 걸었다. 노송들 사이로 이어져 나간 오솔길을 따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인적도 전혀 없는 산중을 걷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윈디캡이라고 하는 정상까지 가서 심호흡을 하고 사방을 둘러본다.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길이었다. 중간쯤 왔을 때이다. 급커브를 돌았는데 아뿔싸 이게 무엇인가. 5미터 전방에 포악하기로 유명한 황색곰이 내가 내려가는 길을 올라오다가 나와 맞부딪친 것이다.
나는 귀에 꽂힌 위크맨 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못들었다고 치자. 후각과 청각이 발달되었다는 야생곰은 왜 나를 미리 못 알아보고 이 지경을 만들었을까. 곰도 서고 나도 섰다. 나는 온몸이 굳어져서 어찌 할줄을 몰랐다. 보통 등산교육에서 곰을 만났을 때는 양손을 위로 치켜들어서 가능한데로 키가 크게 보이게 하라고 한다. 그래야 곰이 자기보다 키가 크면 덤비지 않고 피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순간에 털끝까지 곤두서서 움직일수가 없었다.
길다란 눈썹 속에서 빛나는 곰의 눈과 어쩌면 사투를 벌여야 된다는 각오로 눈싸움을 하는 그 몇 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결국 곰은 옆으로 살짝 빠지면서 밑으로 내려갔다. 돌아서는 곰의 엉덩이가 출렁인다. 마치 물을 잔뜩 채운 두 개의 축구공 같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길안내. 라카냐다에서 시작되는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를 동쪽 방향으로 2~30마일 가면 왼쪽으로 아이슬립 새들이 나온다. 여기에 파킹하고 길건너 언덕으로 시작되는 트레일을 따라 올라가면 윈디캡에 도달한다. 왕복 4시간.
강태화<토요산악회장·909-62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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