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성 칼 럼(세상사는 이야기)
▶ 이정아<수필가>
그날도 축구경기를 보고 나니 오전 6시 반, 다시 잘 수도 없는 시간이고 시간이 애매한 터라 출근 전에 사우나에 들렸다. 그곳에서 한인타운의 내과의사 닥터 김을 만났다. 사우나의 같은 멤버로 오랫동안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 일년도 넘게 안 보이길래 새로 생긴 스포츠 센터로 옮긴 줄 알고 무심했었다. 반가워서 그간의 안부를 물으니 사우나에 올 새가 없었단다. 새롭게 한의학을 공부하느라 정신 없었는데 마지막 시험 끝내고 모처럼 들렀다고 한다.
모르는 사이에 3년 동안을 공부했다니 대단했다. 익사이팅해서 하는 말이 중국어, 영어, 한국어 3개국어의 과정을 다 수료했다는데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넘쳤다. 아무리 의학의 백그라운드가 있다해도 그 과정을 견디어낸 닥터 김이 부러웠다. 질기지 못한 나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닥터 김은 오십 중반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홍조를 띠고 사뭇 흥분해 있다. 늘 피곤한 얼굴로 다니던 전보다, 훨씬 젊어진 듯 활기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성가대 수양회를 갔었던 기도원의 원장님은 원로신학자이신 김 목사님이시다. 80도 넘은 연세에 얼굴은 아기같이 맑고 순수한 목사님이시다.
삶을 정리 할법한 그 연세에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계셨다. 선교사들을 위한 재교육 센터를 기도원에 구상 중이시고, 거의 많은 부분들이 완성단계에 있음을 보았다.
꿈을 가지니 젊어진다고 하셨다. 젊은이와 늙은이의 차이는 ‘꿈’이 있고 없고에 달렸다고 하신다. 꿈이 있으면 늙었어도 젊은이 자격이 있고, 젊었어도 꿈이 없으면 늙은이와 다를 바 없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위장내과의 닥터 김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꿈이 있으니 도로 젊어진 것 아닐까? 초등학교 졸업반 때는 애늙은이 같던 조카가 중학생이 되니 더 활기가 있어 보이고, 세상을 다 산 듯한 표정의 대학 졸업반도 새 직장의 새내기가 되면 더 풋풋하지 않은가 말이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앞날에 대해 여러 가지로 궁리가 많았다. 그렇다고 공부와 담 싼 내가 어떤 공부든 배울 일은 없을 터이고, 운동이나 악기에도 소질이 없으니 나의 노후는 억수로 심심할 예정이었다.
동창회 관계로 자주 드나들던 예쁜 커피숍이 매물로 나왔다기에 여고동창인 친구와 덜컥 인수하였다. 물장사? 경험도 없으면서 의기투합하여 일을 저질렀다. 벌리면 좋은 일에 쓰자고 갸륵한 뜻도 세웠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 벌지 않고 보태 넣고 있다. 남들은 ‘사서고생’ 이라고들 하지만 재미있다. 바쁘게 뛰다보니 관절의 통증도 저절로 없어지고, 몸도 언제 아팠냐는 듯 건강해졌다. 금상첨화로 살도 빠지면 돈이 안 벌려도 좋을 듯 싶다.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모종의 꿈을 이루어주시기 위해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 하실 지 사뭇 기대가 된다.
다방 마담 하면... 올린 머리에 한복입고 횟 됫박을 쓴 역전 길손다방의 황 마담을 연상하는 친정어머니는 찻집을 냈다고 하니 기절 일보직전이다. “이 서방 사업이 부진하냐?” “나와 네 아버진 다방 마담 하라고 너를 키우지 않았다”시며 애꿎은 사위만 원망하신다. 그런 다방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당장 그만 두라고 전화를 몇 차례나 하셨다.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더니 극구 반대하던 친정어머니께서 소포를 보내셨다. 소매와 가슴언저리가 망사로 되어 있는 꽤나 야한 옷엔 엄마의 글씨로 이런 꼬리표가 붙어있어 나를 뒤집어지게 했다. ‘마담용 옷‘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