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선(禪)문답’이란 게 있다. 질문과 대답이 아주 엉뚱하게 전개되는 그런 문답이다. 상식적으로 보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문답을 선승(禪僧)들은 선문답으로 주고받는다.
선문답 때 큰스님을 모시는 젊은 스님이 스승 스님에게 잘못 대답해 긴 지팡이로 매를 맞는 경우도 있다. 또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며 답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상식적으로 선문답은 논리와 이해를 뛰어 넘어 전개된다.
철주라고 하는 젊은 스님이 스승을 만나고자 여러 곳을 다니던 중 어느 절에 이르러 촉원이란 스님을 만났다. 철주 스님은 그의 깨달은 경지를 알리려 촉원 스님 앞에서 염불 외우듯 말했다. "심(心), 불(佛), 중생(衆生)은 다 공(空)이요 현상적 본성도 공이요, 깨달음도, 미혹도, 성스러움도, 평범함도, 베푸는 것도, 받음도, 모두가 다 없음(無)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큰스님이, 갖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철주 스님의 머리를 힘차게 때렸다. 화가 난 철주 스님은 "왜 때려요!" 하며 성질을 냈다. 그러니 촉원 스님이 하는 말, "일체가 공(空)이거늘 그 성질은 어디서 왔느냐?" 선문답 중의 하나다.
선문답은 말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큰스님과 젊은 스님이 어느 날 길을 가게 되었다. 강을 만나 물을 건너가야 했는데 마침 거기에 어여쁜 아가씨가 물을 건너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서 있었다. 이 때 젊은 스님은 여자를 멀리해야 된다는 출가승의 계율에 따라 그녀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러나 큰스님은 얼른 그 여자에게로 가서 여자를 안고 강을 건너갔다. 여자는 큰스님에게 고마움을 표한 후 제 갈 길로 가버렸다. 한참을 걷고 있던 중 젊은 스님이 큰스님에게 질문했다. "어찌 큰스님이 되시는 스승님께서 이렇듯 어여쁜 여자를 안고 물을 건너 출가승의 계를 흐리게 하십니까?" 했다.
큰스님 대답하는 말이 "너는 아직도 그 여자를 마음속에 안고 있더냐!. 나는 그 여자를 내려놓은 지가 오래됐다" 하며 젊은 스님을 나무랐다고 한다. 선문답이 행동으로 옮겨진 예 중의 하나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선(禪)이란 지적인 이해와 관념적인 것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 아니며 "선은 반드시 생활 속의 체험을 통하여 오는 것으로 감정과 의지가 융합돼 행동사상이 일치되게 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바탕의 선을 통해 나타나지는 선문답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느 순간 한 방울의 청량제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너무나 기계적, 논리적으로 틈새도 없이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말들과 행동이 하나의 유머와 해학으로 다가와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유머와 해학은 답답한 마음을 쓸어내려 주며 숨가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세상을 잠깐 잊게 해주는 명약이 될 수도 있다. 수학에서는 1+1은 2이다. 그러나 1+1은 2가 아닌 1이 될 수도 있다. 한 방울의 물에 또 한 방울의 물이 합쳐지면 두 방울의 물이 아닌 한 방울의 물이 된다.
한 남자와 한 여자는 분명 두 개체다. 한 남자+한 여자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의 더하기(+)는 하나가 된다. 육체가 아닌 마음으로 계산할 때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1+1은 1이 되는 예이다. 그리고 1+1은 3이 될 때도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합하면 또 한 사람의 아이가 태어난다. 이 때는 1+1은 3이 되는 경우다. 불교에서 말해지는 선문답의 참 뜻은 1+1=2가 아니라 1+1=1이거나 3이 되는 경우다. 선문답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나타낸다.
세상은 갈수록 험해지고 힘들어진다. 지식도 필요하지만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세상이다. 지식만 가지고는 선문답을 이해하기 힘들다. 불교에서의 선승들만이 선문답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다 선문답을 필요로 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1+1은 1이 될 수 있고 3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 선문답 식으로 살아봄도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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