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신용일 <취재부 부장대우>
자동차를 운전하다 집에 지갑을 두고온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황한 적이 있다. 지갑속에 넣어둔 운전면허증과 차량등록증 때문이었다.
집과 목적지의 중간점을 이미 넘어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어쩔수 없이 무면허 운전을 하며 불안해 했던 기억이 난다.당시 붉은 신호에 걸려 대기하던 중 백밀러에 비친 경찰차가 얼마나 신경이 쓰였던지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날 이후부터 집에 들어가면 집 열쇠를 항상 지갑 위에 얹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열쇠를 들고 집을 나설 때 지갑을 호주머니에 넣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다시는 그런 불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면허증, 사회보장번호, 체류비자 없이 뉴욕에 살고있는 수많은 한인들은 이처럼 간단하게 불안감을 해결할 수 없다.
하루 24시간, 주 7일, 1년 365일 불안감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더욱이 가족이 모두 그런 경우에는 더하다. 자신의 불안감뿐만 아니라 부인, 남편, 자식, 부모의 불안감도 항상 함께 지니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문구만 보아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9.11 테러 이후에는 연방수사국, 이민국, 사회보장국, 심지어는 경찰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신경이 곤두선다는 이들이 있다.
도대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아메리칸 드림’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지만 꿈을 버릴 수 없어 불안에 떨면서도 열심히 살아간다.
최근 국제인권감시단체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비시민권자 단속 및 처리를 심각한 인권침해로 강력히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테러로부터 빼앗길 수 있는 자유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자유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에 떨고 있는 한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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