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인간에게 베푸는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3조달러에 달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다. 지난 50년간 세계인구는 두배 늘어났지만 물의 사용량은 6배나 증가했고, 그 결과 전 세계인구의 60%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0년 60억명이었던 세계 인구가 2005년에 80억명, 2050년엔 93억명으로 증가한다니 물 전쟁의 서막을 보는 듯 모골이 송연하다.
전 세계적으로 식수가 모자라 고통 겪는 사람이 10억명, 오염된 식수를 마
시고 숨지는 사람이 22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해마다 시카고나 캔사스 주의 전체 인구가 더러운 물을 마시고 죽는 셈이다. 유엔 환경계획위원회(UNEP)는 지구촌의 물 사용량이 인구증가와 과학발전에 따라 2020년까지 40%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발전은 환경파괴를 수반한다. 지난 1969년 인류최초로 달을 밟은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은 귀환 길에 영롱하게 빛나는 초록별 지구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12년 뒤 콜럼비아 호를 타고 우주를 왕복한 암스트롱의 후배들은 대기오염에 싸여 희뿌연 지구를 보고 탄식의 한숨을 쉬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돼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섭씨 5도 이상 상승하고 해수면은 80cm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남극대륙에서 대만 크기의 빙산이 녹아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일본열도가 바다에 잠기고 태평양 군도가 사라진다는 얘기가 소설의 시나리오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주 옛 동독 지역에서 현대판‘노아의 홍수’에 비견되는 물난리가 일어났다. 엘베강의 수위가 9.40미터로 치솟아 종전 최고기록인 1845년의 8.77m를 돌파했다. 중국 후난성에서는 호수가 범람할 위기를 맞아 인근 주민 1천여만명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연례행사 같은 홍수 피해로 요즘 수재민 돕기 운동이 한창이다.
미국에서도 동부에서는 어제 물난리가 났지만 서북미 지역엔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오리건주는 사상 최악의 산불을 겪고 있다. 시애틀 매그놀리아 지역의 일부 가구는 두 달 수도요금으로 7백달러를 상회하는 고지서가 날아오자 아연실색했다. 그 동안 평균 1백달러 정도의 수도료를 내던 주민들이니 물 값이 기름 값보다 비싸다는 말을 실감했을 것이다.
미국 전체 담수의 40%를 보유하고 있는 알래스카주에선 넘쳐나는 물을 미 본토나 외국에 팔 궁리가 한창이다. 유조선이나 송유관을 이용하는 방법, 거대한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바다에 띄운 후 예인선으로 끌고 가는 방법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아직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손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알래스카주가 현재의 석유와 금 못지 않게 생수를 팔아 치부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으로 확신한다.
어제(26일)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사상 최대규모의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57개국 대통령, 7개국 부통령, 40개국 총리 등 정상들을 비롯, 174개국에서 온 6만여명이 유엔 주도하에 식수와 지하수 부족 문제를 놓고 대책을 강구한다. 미국은 부시대통령 대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보내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세계인구의 5%밖에 안 되면서 물 사용량은 전체 지구촌의 25%를 점유해 할말이 궁색한 형편이다.
인간 몸체의 70%가 물로 형성돼 있듯이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있다.
그러나 그 많은 물 가운데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담수는 3%에 불과하고 그나
마 대부분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다. 유엔이 물 부족사태를 지상최대의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사람을 달에 보낼 정도로 발달된 인류의 과학문명도 아직 물(H2O)은 한 방울 생산하지 못한다. 기름보다 더 비싼 물을 절약하는 일은 바로 우리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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