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은행원들의 이직이 너무 잦다. 본보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반 동안 남가주 7개 한인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원 이직률이 은행별로 최저 20%에서 최고 42%에 달한다. 정도가 가장 심했던 퍼시픽 유니온 은행의 경우 전체 직원 245명중 103명이 이 기간 직장을 그만 두었다. 거의 두명 가운데 한명의 얼굴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전문 분야별로 이직률이 높은 편인 론 오피서를 예로 들면 한미은행의 경우 34명중 22명이 사직했다. 한번 입사하면 그 직장에서 정년을 맞는 ‘평생 직장’시대는 이미 지났고, 한 우물만 파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도 아니다. 아울러 은행원들의 이직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말이니 한편으로 반갑다. 적당한 인력 이동은 개인으로 보나 조직으로 보나 신선한 자극이 되면서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18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직원 두세명 중 한명꼴로 얼굴이 바뀐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은행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근본적 원인은 절대인력 부족이다. 설립 추진중인 은행까지 합치면 현재 LA와 오렌지카운티의 한인은행은 10개에 달한다. 은행의 수적 증가와 규모 확장으로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반해 은행의 주고객인 1세 정서에 맞고 은행업무에도 밝은 인력은 제한돼 있다는 것이 은행가의 고민이다. 자연히 은행간 스카웃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원들 사이에서 이직이 유행병처럼 되어 버렸다. 이직을 손쉬운 승진과 봉급 인상의 기회로 삼는 풍조도 없지 않다. 이직자의 70~80%는 다른 한인은행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은행의 간부가 경쟁 은행의 간부로 자리를 바꾸는 것은 예사이고,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은행들을 한바퀴 일주하는 예도 없지 않다. 특히 불안한 것은 이런 인력난에 편승, 자연 도태되어야 할 금융사고 전력자들이 얼마후면 버젓이 다른 은행에서 일을 하는 현실이다. 한인은행 전체의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고, 은행을 믿고 의지하는 고객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은행들이 실적 불리기에 급급한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인은행들이 안고 있는 문제중 상당부분은 실적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다.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장기적 비전을 세워 외적 유형자산 못지 않게 무형자산을 중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시급한 것은 인재 양성이다. 남의 직원 빼내서 부족한 인력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작업을 은행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한인 상권의 건강한 탯줄 역할을 해낼 때 비로소 한인은행에 장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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