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인물을 하나 들라면 월트 디즈니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생쥐의 집’(the House of Mouse)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디즈니 왕국은 테마 공원에서 영화 스튜디오에 이르기까지 아동 연예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생쥐와 함께 살며 만화를 그리던 디즈니를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은 1937년 크리스마스 때 첫 선을 보인 ‘백설 공주’다. 당시로서는 거액인 15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 첫 총천연색 만화 영화는 아동은 물론 대공황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던 어른들에게까지 사랑 받았으며 월트 디즈니에게는 “새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명예 오스카상이 수여됐다.
‘백설 공주’의 주제는 질투다. 백설 공주를 죽이고 심장을 가져오라는 잔혹한 명령이 실패로 돌아가자 의붓딸을 독살하기 위해 흉측한 노파로 변신한 왕비의 모습은 질투에 찌든 인간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톨릭은 오만, 분노, 질투, 탐욕, 무절제, 게으름, 육욕을 인간의 7가지 대죄로 친다. 이 중 질투는 최악이다. 오만과 분노는 자부심과 정의감으로 승화시킬 여지가 있고 탐욕, 무절제, 게으름, 육욕은 자신에게만 피해가 가지만 질투는 자기한테 돌아오는 것은 없으면서 남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질투는 인간이 가진 가장 파괴적이면서 강력한 감정이다. 성경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살인은 카인의 아벨에 대한 질투 때문에 일어났다. 서양의 ‘신데렐라’에서 한국의 ‘콩쥐팥쥐‘에 이르기까지 질투는 전래 설화의 중요한 모티프를 이루고 있다. 야훼가 투기하는 신이라면 인간은 투기하는 동물인 셈 이다.
질투를 통제하지 못하면 사회 발전은 고사하고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20세기 최대 비극인 나치즘과 공산주의의 ‘아리안 민족의 우월성’이니 ‘계급 없는 사회’니 하는 거창한 구호의 밑바닥에는 부유한 유태인과 부농에 대한 질투가 깔려 있다. 산업 혁명 이후 서양의 비약적 경제 발전은 정당하게 번 재산을 주위의 질투와 탐욕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법적 장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것을 알라의 뜻으로 보는 회교나 불교와 힌두교의 윤회설, 기독교의 예정설도 자신의 현재 위치를 받아들이라는 질투 통제 수단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질투의 중요성을 일찍이 이해한 문학과 종교와는 대조적으로 질투에관한 학문적 연구는 아직까지 미미한 형편이다.
미 사상 최악의 테러인 9·11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테러의 원인에 대한 숱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미국의 독선과 일방주의적 오만에 대한 비판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인 미국에 대한 다른 나라의 질투를 꼬집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간은 누구나 못 살기보다는 잘 살고 싶어한다. 인간이 부를 쌓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정당하게 버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절도를 막고 씨뿌려 거둔 자에게 과실이 돌아가게 하면 인간은 기꺼이 땀을 흘린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은 고통 받고 있는 데 남들은 행복과 풍요에 싸인 삶을 누리고 있음을 볼 때 인간은 질투의 노예가 된다. 스스로 자기 처지를 개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행복을 저주하게 마련이다. “생각보다 많이 죽었네”라며 좋아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얼굴은 백설 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이고 낄낄거리는 계모의 얼굴과 닮아 있다.
9·11 재발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회교권 국민들에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 재산권 보호가 선결돼야 한다. 반동적 회교 지도자와 독재 정권이 실정의 책임을 서구 탓으로 돌리고 세계가 회교권의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무관심한 한 회교권은 늘 세계의 화약고로 남을 것이다.
kyum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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