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13일자 a3면 발행>
9.11 테러에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진 한인 청년이 다니던 대형 금융회사 모건스탠리를 박차고 나와 당시 테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자영업체들을 돕는 기구에서 헌신적으로 활동, 주변의 칭송을 받고 있다.
연방소기업국(SBA)이 제공하는 재난융자 프로그램을 무료로 신청을 대행, 상담하는 라과디아커뮤니티칼리지 소재 스몰비즈니스디벨롭먼트센터의 오세종(26)씨가 주인공.
오씨는 9.11 이후 악몽을 잊기 위해 한때 가족이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갔으나 소명의식을 느끼고 뉴욕으로 되돌아와 스몰비즈니스센터에 몸담고 있는 것이다.
오씨는 1년 전 월드트레이드센터 2번 빌딩 73층의 모건스탠리사에서 살아나게 된 사실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오전 8시40분께 사무실에 출근,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전기가 갑자기 꺼졌다가 다시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직원들이 모두 비상구와 엘리베이터로 질주하기 시작했다.73층에서부터 비상구를 통해 내려가면서 44층쯤에서 갑자기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질서정연하게 계단을 내려가던 사람들의 입에서 ‘오 마이 갓(Oh My God)’하는 단발마가 터져나왔다.앞쪽에서 내려가던 60대 할머니가 극심한 공포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오씨는 안심을 시키기 위해 걱정말라면서 즉시 할머니를 업었다. 길거리에 나와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을 쳐다봤을 때 자신이 근무하던 곳에서 하얀 연기가 펄펄 나고 있었다. 오씨는 공포에 질린 할머니의 집이 있는 32가까지 데려다 준 뒤 다시 그 지역으로 향했다.
오씨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세인트빈센트병원에서 피해자의 신원 파악을 돕는 자원봉사를 시작했으며 자원봉사자 센터가 있던 첼시피어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했다.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한 뒤 펜플라자에 있는 모건스탠리사를 찾아 다시 근무했지만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며칠 뒤 사직서를 내고 무작정 그라운드제로를 찾았다.
한달동안 적십자사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미국의 자원봉사자와 이름모를 각 지역의 기부자들의 저력을 실감하면서 한인들을 위해 활동하기로 결심했다.
오씨는 "높은 빌딩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고 다시 떨어지는 악몽을 꾼 적도 있다"며 그러나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이 선한 일을 하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는 말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UC버클리를 졸업한 뒤 2000년 뉴욕에 왔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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