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가 한인들 <3>
▶ 알렉산드리아몰 ‘7-일레븐’이신성씨 부부
알렉산드리아 몰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며 16년동안 6가의 밤을 지켜온 이신성·손소애씨 부부는 6가의 밤거리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다.
밝은 조명 아래 손님들의 출입이 끊이지 않는 매장 분위기이지만 24시간 업소 일에만 온 신경이 매어있다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밖의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다. 코앞 에퀴터블 빌딩 주차장에 상업용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라는 사실도 몰랐고 길 건너 채프만 플라자에서 커피 한잔 마셔본 적도 없었다.
부인 손소애씨는 세븐일레븐을 시작하고는 한번도 한국에 가보지 못했다. 늦은 밤 자식 같은 젊은이들이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고, 노숙자들이 잔돈을 달라고 두 손을 벌리며 애걸할 때면 화려함 뒤에 가려져 있는 이민생활의 외로움과 삭막함까지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에퀴터블 빌딩 주차장에서 열렸던 월드컵 4강전 거리응원은 이들 부부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그 날 기록적인 매상을 올렸다는 사실보다 한인으로서, 6가의 구성원으로서 활력을 느꼈다.
자기 업소가 핫 스팟에 위치했다는 사실과 ‘무례한 중년남자들’에서 ‘예의 바른 젊은이들’로 주 고객층이 바뀐 사실도 이때서야 깨달았다. 적막감이나 외로움 보다 생동감과 정겨움이 마음속에 와 닿았다.
“아직도 가끔씩 술에 취해 소동을 부리는 사람들로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지만 두 손으로 돈을 주고받는 2세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나온답니다.”
23년 전 한인타운 3가와 킹슬리 드라이브에서 세븐일레븐을 처음 시작했던 이씨 부부는 은퇴를 앞둔 아직도 밤이 되면 좀이 쑤시는지 가게에 나와 직원들과 같은 복장을 입고 계산대를 두드려야 마음이 놓인다.
수익도 본사와 반씩 나누고, 소득도 고스란히 노출돼 한인들이 그리 선호하는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판매와 매장 관리에만 집중하면 될 정도로 본사의 관리시스템이 탄탄한 것이 이씨 부부가 오랫동안 세븐일레븐을 운영해 온 이유다.
“아직도 한국말을 하면 당황하는 한인고객들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어두 침침한 길 건너 주차장도 주변에 빼곡하게 들어선 한인업소들 덕분에 더 이상 어둡게 보이지 않는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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