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LA에서도 대통령 후보 후원회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몽준 후보 출마 발표와 때맞춰 MJ 지지 모임이 발족됐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회창 후보 쪽은 이미 후원회가 여러 개다. 한 동안 잠잠하던 노무현 지지 모임인 LA 노사모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고 아직 출마를 공식 밝히지도 않은 이한동 후원회까지 발족 준비 단계라고 한다.
미국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누구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후원할 권리가 있다. 또 한국과 미국의 거리가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 정치인 지지 단체가 생기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도 없다. 한국 정치인과 연계를 가짐으로써 미국에 사는 한인들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교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다수 후원회가 한인 사회 전체 이익에는 무관심한 채 오직 후원회 인사들의 눈 도장 찍기 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곳에서 후원 행사랍시고 열어 돈 몇 푼 모아 한국으로 들고 나가 같이 사진 찍고는 ‘내가 정계의 실세와 이처럼 가깝다’고 자랑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이곳 한국 정치인 후원회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이미 특정 정치인 후원회가 있는데도 엉뚱한 이름을 내걸고 단체를 만들어 후원 행사를 하는가 하면 본인 허락도 받지 않고, 심지어는 본인이 고사했는데도 태연히 회원 명단에 이름을 넣어 허장성세로 세를 과시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식의 정치인 후원회는 백 개가 생겨도 한인 사회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정치인 후원 단체들은 돈을 모아주는 데도 열심이지만 요구할 것은 분명히 밝히고 선거 공약을 제대로 지켰는지 자기가 지지한 정치인의 의정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한인 커뮤니티를 들러리로 세워 몇몇 사람 이름내는 식의 후원 행사는 이제 그만 둬야할 때다.
미주 한인들은 비록 투표권은 없지만 인구가 200만에 달하고 한국에 친척 없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 전화를 걸어 특정 후보에 표를 던지게 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미주 정치인 후원 단체들도 사진 동호회 수준을 벗어나 교포 전체를 위한 정책 건의 모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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