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살 때 한 달의 반은 술을 마시며 살았다. 술을 마시고 싶어 마시는 때도 있었지만 동료의 기분 좋은 일, 친구의 화나는 일을 위로하기 위해서, 공짜 술이라고 해서, 등등의 이유를 달아 매일 술집을 드나들며 살아왔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습성은 대폿집에서 싸구려 막걸리를 마시든 요정에서 양주를 마시든 으레 술시중을 드는 여인을 옆에 앉히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걸쭉한 음담패설을 하다 술이 얼큰해지면 여인의 궁둥이를 쓰다듬으며 신나는 노래를 불러 그 날의 스트레스를 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한국 남자들의 일상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것이 한국남자들이었다.
나는 술을 너무 마셔 버스를 잘못 타고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정류장을 지나쳐서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때도 많았다. 술을 마시는 날이면 보통 자정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떤 때는 찬 밤 공기 때문에 정신이 벌떡 깨어나는데 그때면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쳐다보면서 주절대는 때도 많았다.
’하늘의 별들은 어제도 오늘도 변함 없이 빛나건만 나는 오늘도 술기를 빌려 나의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려고 애쓰는 비겁한 자구나’ 하면서 허탈한 웃음을 띠고 집 앞에 와 초인종을 누르면 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문을 열고 녹초가 된 나를 부추겨 방안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부인은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은 생각지 않고 매일 술을 마신다’고 잔소리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남편이 술을 마시든 늦게 집에 오든 적당한 이유를 대면 별 탈 없이 그 밤을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술 마시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술을 마신다 하더라도 집에서 부인이 따라 주는 술 한잔 마시는 것이 고작이고 설사 술집(Bar)에서 마신다 하더라도 차 운전에 신경이 쓰여져 술맛도 나지 않는다.
술이란 친구와 여인 그리고 노래의 3박자가 어울려 신나게 마시고 떠들고 노래를 부르며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야 술 마셨다고 자랑할 수 있는데 이 곳의 술집들은 어둠침침한 하꼬방 같은 곳에서 험상궂은 얼굴을 한 꼴에 콧수염이 덥수룩한 녀석이 글라스에 따라주는 위스키 몇 잔을 마시면 술맛이 싹 수그러진다. 그것도 말소리가 조금만 꼬부라지면 술을 많이 마셨다고 더 주지 않는 것이 미국 술집들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단골로 다니는 술집이 있는데 이유는 그 바텐더(Bartender) 때문이다. 그 술집 바텐더는 그 직업에 어울리지 않은 정도로 유식하고 학벌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가한 시간에는 그와 같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신문의 뉴스를 들을 수도 있고 나의 궁금한 것도 물어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가 가는 곳마다 좇아가게 되었다.
나는 그 친구를 통하여 미국 사람들의 술 마시는 요령이나 술집에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가 말하기를 "바텐더란 직업은 술꾼들의 좋은 카운슬러가 되어야 하고 손님이 기뻐하면 자신도 기뻐해야 하고 손님이 슬퍼하면 위로해 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늘 이런 당부를 하였다. "술이란 때로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절제하는 마인드를 가져야하고 술 마실 때 옆 사람과 다투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마시고 화날 때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 것"을 누차 나에게 당부하기 때문에 술 마시는 것을 조심 또 조심한다. 그러나 술이란 마음을 구슬릴 수 없는 것이어서 간혹 지나치게 마실 때도 많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오는 날이면 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생활의 한풀이를 남편에게 하는 날이 된다. 나는 이런 저런 이유를 데며 술 마신 것을 합리화시키려고 애를 쓰지만 옛날 한국처럼 쉽게 싸움이 끝나지 않고 내가 죄인처럼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서약으로 아내의 화를 식히지만 아내는 나에게 이런 경고문을 하달한다. "당신의 금주 서약은 지금까지 999번이었는데 1000번을 넘기면 나와 끝장인 것을 명심하라"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최후 진술을 이렇게 한다 "아침에 딱딱한 빵 한 조각, 점심에는 기름투성이 햄버그 하나, 저녁 밥 한 그릇 먹고사는 인생인데 내가 모처럼 술 한잔 마셨다고 그런 명령을 내리는 것은 가혹하지 않느냐?"고 항변하지만 음주운전을 걱정하는 아내의 굳은 의지 때문에 나의 항변은 아무 힘도 없이 묵살되고 만다. 그러기에 어떤 사람은 술맛 나는 세상은 천국이고 술맛 없는 세상은 지옥이라 말했으니 미국은 술꾼들의 지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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