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폐쇄 4일째를 맞고 있는 미국 서부지역 항만노조와 해운업계의 노사분규가 더욱 악화되면서 이들 항구를 통해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한인업계도 제때 물건을 하역하지 못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같은 항만 마비 사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경제적 파장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연방당국이 직접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한인업계를 애타게 하고 있다.
2일 한인업계에 따르면 태평양 해운협회(PMA)의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진 지난 달 29일 이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본국 해운회사와 운송, 통관, 트럭킹, 웨어하우스, 수출입 업체들이 선적 및 하역업무지연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
특히 한국산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일부 소매업체들도 제품 하역 및 배달지연에 따른 영업피해를 우려하며 사태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생필품 공급부족 우려=현재 항만하역 및 로컬운송이 지연되고 있는 제품들은 카메라, TV, 김치 냉장고 등 전자제품과 자동차, 식품, 의류, 신발 등 생필품들로, 직장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배달지연과 공급부족, 제품변질 등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현대상선 샌프란시스코지점의 캐서린 리씨는 "해상운송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면서 "항만폐쇄가 오래 지속되면 냉동카고에 적재된 식품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운송업체들 일손 놓아=해운사들의 직장폐쇄로 입항하는 선박이 하역을 하지 못하자 포워딩업체들은 일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밀려드는 고객들의 불만전화를 처리하기에 바쁜 실정이다.
JH 국제운송의 노상배 대표는 "불가항력의 상황이라고는 해도 고객들에게 납기를 준수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면서 "급한 수출물품은 항공운송으로 전환하려는 업체들도 있지만 운송비용의 증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하역중지=현대모터 아메리카는 현재 포틀랜드항에 570대의 차량이 묶여있는 데다 2일과 7일, 10일 잇달아 입항할 예정인 3,400대의 정상하역 여부가 아직도 불투명해 산타페, 소나타, 엘란트라 등 인기모델의 판매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타코마 등지를 통해 매주 2,000대의 차량을 수입하고 있는 기아모터 아메리카 관계자는 "아직 재고가 있어 당장 판매에는 지장이 없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소렌토 등 인기차종의 공급이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운임 너무 비싸 전환도 어려워=한편 항만이 막히면서 항공편으로 운송수단을 대체하려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지만 항공운임이 너무 비싸 대부분 주춤하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PMA와 항만노조의 분규가 시작됐던 지난 6월부터 운송수단을 항공편으로 전환하는 업자들이 다소 늘었지만 배편 보다 운임이 4∼5배정도 비싸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협상 전망=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항만 폐쇄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연방 중재-조정위원회는 1일 항만 사용자측인 태평양해운협회(PMA)와 1만500여명의 항만 근로자를 대표하는 국제연안·창고노조(ILWU)의 협상 중재에 나섰으나 시작도 되기 전에 실패했다.
이날 협상은 노조대표가 사용자측이 무장 경호원 대동에 격분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데 이어 2일 예정된 협상까지 취소해 파업사태는 혼미를 거듭했다.
미국 서부 해안 항구에는 현재 화물선 125척이 싣고 온 컨테이너 50만개가 하역을 못하고 항구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해 3,200억 달러의 수출입 화물을 소화한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등 서부 주요 항구의 폐쇄에 따른 손실은 하루 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상원의원(민)은 "이번 주말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입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대통령이 Taft-Hartley Act를 발동할 경우 8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병선·홍남·한범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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