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 시집 보내신다죠? 시원섭섭하시겠어요"
"섭섭은 무슨섭섭? 그저 시원만해요."
과년한 딸 시집 좀 노내려고 해마다 입이 닳도록 잔소릴 해대도 눈 하나 까딱 안하고 버티더니 어느 날 갑자기 한 녀석을 앞세우고 엄마 앞에 나타나서는 "자 이제 됐지?" 이라면 엄마들은 다리가 탁 풀린다.
유학을 왔던 사람들이나 짐싸들고 이민 길에 오는 사람들이나 낯설고 땅설던 초기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할게다. 짧은 영어에 하나같이 몸으로 때우며 배워야했던 어려웠던 시절은 절대로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계획도 없이 얼떨결에 생긴 아이를 준비도 없이 덜컥 낳아 기르던 한심하던 시절을 경험하셨을 게다. 어려운 유학생 생활에, 힘든 초기 이민생활에 아이들의 탄생은 축복보다는 고생문의 시작을 알리는 전초병이었다.
그 시절에도 있는 집 자손들은 보다 여유 있는 생활은 했지만 요즘의 졸부 집 자식들 모양 내세우고 설치지를 않아 위화감 조성 따위의 단어들은 들리지를 않았다. 누구나 첫아이를 낳아 기를 때는 경험이 없어 허둥대는 게 기본이지만 낯선 땅에서 어른들도 안 계신 가운데 젊은이들끼리 힘겹게 길러놓은 아이들이 시집 장가를 갈 때면 부모들의 감개무량은 고국의 부모들에 비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겨울 때 무서운 바람이 불어대는 날 어둠도 채 걷히지 않은 새벽길에 잠도 덜 깬 젖먹이를 베이비시터에게 떠맡기고 직장으로 향하던 무거웠던 발길.
밤새 칭얼대는 아이가 왜 그런지를 몰라 답답한 가슴을 쥐어짜며 하얗게 지샌 나날들.
그나마 때맞춰 짝들을 찾으면 안심이지만 세월아, 네월아 엄마만 속이 달아 팔팔뛰게 만드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이고 보면 짝만 찾아오면 짝이 어느 인종이건 우선 효도하는 길이 된다.
저희들이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잔소리 좀 그만 하라는 아이들의 말대꾸에 지쳐 떨어진 엄마들이 어디 한둘이겠느냐 만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엄마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늦도록 혼자 사는 자식들의 마음은 태평스럽기가 이를 데가 없다. 더구나 좋은 학교 나와서 전문직을 가진 자식일수록 결혼은 늦어진다.
아직도 한국부모들은 한국사위 한국 며느리 맞는 게 꿈들이지만 그 꿈들도 차차 희망사항으로 남아버린다는 사실을 점점 경험으로 알아가고 있다.
우선 60%의 한국 처녀들이 외국인 배우자를 선택한다는 통계이고 보면 한국총각들은 나머지 40% 처녀들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게 교민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말해준다.
몇 세대만 지나면 완전히 UN군이 되고 말 우리네 이민가족들이지만 2세까지 만은 한국배우자와 만나길 바라는 게 이민1세들의 바보스럽지만 소박한 바람들이다.
어려운 생활 속에 키워놓은 자식들의 결혼식장은 그래서 늘 눈물 젖은 부모들의 얼굴이 사라지질 않는다.
식장네서 하객들을 맞으며 함박웃음을 띄우던 부모들도 신랑신부 입장이 끝나면 눈가에 잔잔한 물기가 돌기 시작한다.
"축하합니다. 시원섭섭하시겠네요"
인사에 ‘섭섭은 천만의 말씀’이라는 듯 명쾌하게 웃어대던 십분전의 엄마가 지금은 손수건을 조용히 눈가에 대고선 복받치는 섭섭함을 속으로 삭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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