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괜히 눈물겨운가. 가느다란 바람에도 못견디어내는 가을날, 역설적이게도 비린내 물씬나는 수산물 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크랩과 새우가 뛰노는 워싱턴 DC 사우스 웨스트 워터 프런트의 작은 씨푸드 마켓에서는 값싸고 신선한 해산물을 장바구니 가득 채울 수 있다. 덤으로 이 무미건조한 도시의 삶에 굵은 소금처럼 생생한 활력을 안겨준다.
“거기에 뭐 볼게 있습니까?"
워싱턴에 좀 살았다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혹“워싱턴에도 그런 곳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D.C. 14가로 가는 다리 밑의 워터프런트. 하얀 보트들이 바다를 달릴 꿈을 꾸며 살랑거리는 그 포토맥 강가 한 구석에 작은 수산물시장이 있다. 거대한 석조물과 박물관의 이름은 꿰고있는 관광객들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수산물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비릿한 생선냄새가 바람결에 코를 자극한다. 깔끔을 떠는 도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다.
시장이라 해봐야 손바닥만하다. 중앙의 캡틴 와잇(Captain White)에 커스티 & 브라운, 제시와 테일러등 씨푸드점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점포의 진열대에는 대서양에서, 미국 최대의 체사픽만에서막 건져올린 싱싱한 생선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얼음에 채워져 있다. 튜나 1파운드에 1,49달러, 락피시 3,69달러, 새우 9,45달러, 조개는 50개에 16달러, 굴은 50개에 20달러….
생선과 갑각류들은 살아서 또는 죽은 목숨으로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몸값을 적었다. 물이 좋은데다 비교적 싼 가격이라 동네 그로서리만 찾던 알뜰 주부들은 장바구니에 막 주워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시장에서는 보는 즐거움에 먹는 맛을 빼놓을 수 없다. Hot Cooked Foods나 Raw Bar같은 점포에서는 해산물을 즉석에서 먹을 수 있게끔 판매하고 있다. 살찐 암놈 크랩(게)은 1Doz(12개)당 12달러, 이유는 모르지만 수놈은 더 비싸다. 28달러. 영덕대게를 닮은 스노우 크랩은 파운드당 8달러, 새우(쉬림프)는 14달러, 큼지막한 바닷가재(랍스터)는 12,95달러, 지난 여름 말썽빚은 생굴(오이스터)은 1Doz에 8달러. 업소들은 크레딧 카드로 받는다.
Maine Ave Seafood 같은 업소에서는 새우 샌드위치 등을 6달러에 팔고 있다. 그러나 폼나고 근사하게 해산물을 먹을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한다. 그야말로 거리의 음식점이다. 시장의 여기저기서는 해산물 요리 접시를 든 채 핥고 빨고 부숴먹는 소리가 들려온다.
갓 잡은 새우를 아무런 양념을 첨가하지 않고 쪄낸 새우는 맛이 담백 그 자체이다. 새우의 향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큰 게를 칠리소스와 함께 요리한 크랩은 약간 매콤하기는 하나 한국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
Pruitt Seafood의 직원인 빌리 메릿씨는“가을철에는 입맛도 살지만 생선도 살이 오르는 등 비로소 제맛이 난다"며“요즘은 크랩이나 새우가 먹을만하다"고 말한다.
이 워터프런트에 언제부터 시장이 들어섰는지를 물어도 아는 이가 없다. 다만 시(市)에서 마피아들에게 다른 짓거리를 하지말라는 차원에서 생업거리로 마련해줬다는 구문만 시장통을 흘러다닌다.
방콕이나 싱가포르의 씨푸드마켓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주말이면 이곳도 장바구니를 든 주부에 눈요기꾼들로 미어터진다. 시골 5일장에 온 기분이다.
수산물시장 나들이객들의 마지막 발길은 대개 시장 옆 보트 선착장으로 향한다. 하얀 보트들이 바람에 깃대를 펄럭이며 정박해있는 선착장은 냄새나고 번다한 시장과는 딴판의 분위기다. 그 길을 산책하며 나들이객들은 관료적이고 따분한 이 도시에 이만한 공간이 있다는 걸 감사하게된다.
워터프런트의 씨푸드마켓은 분명 가을의 스산함과 삶의 분화구가 없는 이민자의 고단함을 함께 씻어준다.
■Phillips Flagships Restaurant Sushi Bar
씨푸드 마켓 바로 옆에 위치한 올해로 개업 45주년을 맞은 이름난 레스토랑. 크랩 케이크등 50가지의 다양한 해산물이 미식가들을 맞는다. 1천2백석 규모의 실내에는 뷔페 식사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돼 있다.
특히 한인이 운영하는 스시바 코너는 워싱턴에서도 소문난 곳. 주미 한국, 일본대사관등의 외교관들이 즐겨찾는다. 91년 문을 열었으며 박정희씨가 대표.
런치 스시는 12.95달러, 사시미는 스몰 사이즈 17,50달러, 미디엄 22,50달러로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일품인 크랩 스프는 6,50달러. 덴뿌라, 테리야끼등 메뉴도 다양하다.
보트 선착장과 포토맥강이 어우러진 야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야외 테이블도 있어 맥주를 곁들이면 낭만적 분위기가 그만이다. 오전 11시30분 문을 열어 밤 10시에 닫는다. 금,토요일은 10시30분까지 영업.
전화 202-488-8515(Exit 23). 주소 900 Water Street SW, Washington DC.
■가는 길
95번 도로로 D.C.를 향하다 포토맥 강을 지나면 오른편에 Maine Ave 사인판이 보인다.이 길로 빠지면 바로 강가에 씨푸드 마켓이 보인다.
■주차
코인을 넣는 마켓내 주차장은 주말에 이용하기는 협소하며 인근 길가에 스트릿 파킹 가능. 필립스 레스토랑 지하에도 주차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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