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가슴 아픈 한 달이었다. 이 곳에 살기 위해 건너온 우리 재미 한인들에게도 가슴 아픈 9월이었다.
우선 작년 9.11 비극의 한 돌이었기에 그 날의 생생한 기억이 되살아났고, 증권 시장 침체 등 경제 상황의 악화로 좌절의 한 달이었다. 또 연방 정부 수사기관들이 테러범들의 미국 공격 정보를 알고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이 의회 조사에서 밝혀져 놀랍고 슬펐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이락을 공격하고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려는 정책에 영국과 쿠웨이트 등만 적극 동조하고, 전통적인 우방국들이 동조하지 않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래저래 미국은 요즈음은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언론과 관심 있는 분들의 논평과 전문 의견 등이 지상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필자의 관찰로는, 현재까지 주된 논평과 전문가들의 견해는 현 정부의 이락 공격 방침에 비판적이거나, 극히 조심해야 한다는 논조이다. 그리고 어떤 분은 미국 전체의 자성과 경각심을 강조하는 글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올란도 샌티널> 지의 캐더린 파커는 9.11 한 돌에 즈음한 그의 칼럼에서 "우리 모두 9.11을 침묵과 위엄으로 기억하자"는 제목으로 요란한 9.11 기념들을 냉정하게 비판한다. TV와 래디오 등 언론들이 9.11 한 돌을 무슨 돈벌이를 위한 show time(쇼 타임) 프로그램인양,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극적으로 편성하여 내 보내는 극성을 떨고, 퍼레이드를 벌이면서 축제 기분까지 내고, 수많은 행사에 공허한 연설들이 난무하는 것을 나무라고 있다.
파커는 우리가 이 날을 조용하게 책을 읽고 묵상하며,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고, 희생자들을 말 없이 추모하며 위엄 있게 보낼 것을 강조한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내가 사는 이 작은 타운에서도 곳곳에서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다. 그러기보다는, 커뮤니티나 대학의 큰 장소에 함께 모여, 간단한 추념식을 한 번만 하면서, 결심을 새로이 하고,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대처하자는 이야기만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한편 <샬럿 오브저버> 지는 9.11 일주년을 맞아, 오피니언 난에서 거의 전면에 걸쳐 미국과 이슬람 관계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현실, 이슬람의 문화와 종교 원리, 그들의 축적된 불만 등에 관련된 학술 서적 (Military Islam Reaches America by Daniel Pipes)을 쉽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왜 미국이 아랍인들의,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미움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또 다시 작년 9.11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책을 읽으며, 적을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내실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것 같다. 시가 퍼레이드, 공허한 연설,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 자기 도취와 자만심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
현 정부의 이락 공격 정책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락이 9.11 사태에 직접 관련되었다는 분명한 증거도 없고, 또 이락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급한 위협적 존재라는 현실적 근거가 없는 데도, 우방국이나 UN의 지원도 없이 이락을 무력 공격한다는 것은 미국의 장기적인 국가 이익에 손해만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하여튼, 우리 재미 한인 사회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지라도, 미국의 현실적인 국가 안보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주위를 잘 돌아보고, 의심 나는 일이나, 사람이 나타나면 즉시 당국에 알리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애팔래치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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