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꽃을 하얗게 이고 오셨네, 이 둥글래 차 한자 드시고 하세요. 항상 웃으며 대해주는 그녀의 예의가 좋아서 정말 이렇게 힘든 골짜기를 올라 왔는지도 모른다. 어린 처녀가 보기에는 이 늙은이가 주책이겠지. 허지만 나는 뜻이 있어 목요일 아침이면 아무리 서울 추위가 매서운 1월에도 기동력 있게 일어난다.
’은평구립도서관’을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지만 나는 옛날 희빈 장씨의 생가 터로써 오래된 붉은 노송 20여 그루가 도서관 입구에 운치 있게 서 있고 차가 비켜 다녀야하는 포장되지 않은 옛 길을 좋아한다. 조선시대 숙종은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직접 살펴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암행시찰을 자주 다녔는데 어느 날 숙종이 관동이라고 불리던 이 근처의 우물에서 빨래하는 처녀에게 물을 청하니 처녀는 물에다 버드나무의 잎을 몇 잎 띄어서 바쳤다. 이에 왕이 "버들잎은 왜 띄웠느냐?"하고 물었더니 "높은 분이 갈증이 심하신 모양인데 급히 물을 마시면 안 좋을까 해서 버들잎을 띄워 천천히 불어 드시게 하기 위함"이라고 대답, 숙종께서는 처녀의 지혜에 크게 감동했고 후에 장희빈이 되어 역사에 많은 이야기를 남기게 된 주인공이다.
은평 구립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라는 슈퍼마켓으로서의 도서관에서 한 걸음 나아간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너른 마당인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색의 공간이기도 했다. 어린이에서 노인, 가정주부, 젊은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고 잔디를 깔아놓은 옥상에 누워 구름이나 별을 보아도 되게 만들어 뒤편에 있는 불광동 근린 공원의 산책로를 연장한 듯한 도서관은 곧 하늘로 열린 산책로 같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교포들의 "도서관 살리기"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교포들이 모이는 너른 마당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여야 한다. 고로 광장과 밀실이 공존하는 지역 문화센터가 되어야 한다.
프랑스 작가 레몽 장의 장편소설 "책 읽어주는 여자"는 영화로 만들어져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주인공 ‘마리 콩스탕스’처럼 나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책 읽어주는 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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