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71세인 폴 F. 글렌(사진·샌타바바라 벤처기업가)은 50년전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암으로 졸지에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며 스스로와 약속했다. “내가 부자가 되면 암등 불치질병을 극복할 연구기관에 많은 돈을 기부하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에 USC 의과대학에 160만달러를 쾌척하면서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동창도 아니고 LA에 거주하는 것도 아니면서 ‘노화를 늦추고 노인병을 집중 연구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한 그는 당연히 주변의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그같은 기부행위는 그가 최근 “USC가 기부자의 말을 듣지 않고 맘대로 기금을 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색이 바래고 있다.
글렌은 16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노인학 연구센터에 젊고 유능한 외부 연구원을 영입하고 그들의 연구기금으로 사용할 것’을 당부했지만 USC측은 그같은 조건을 현재까지 집행하지 않은 채 정치적 목적으로 전용했다며 소장을 샌타바바라 법원에 제출했다.
그에 따르면 USC측은 그에 대한 해명조차 일체 하지 않고 최근에는 노인학센터 소장으로 외부인사가 아닌 USC 교수를 선임했다. 따라서 그는 “기부의 목적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기부금을 다른 기관에 보내겠다”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그러나 한번 쾌척한 기부금의 용도를 좌지우지하겠다며 법정까지 간 글렌에 대한 일반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법대를 나온 글렌은 ‘너무 강직해서 정도가 아닌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성격’이라는 친구의 긍정적 변호도 있지만 그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 안되면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최근 수년간 LA나 샌타바바라 등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애리조나주, 펜실베니아주, 일리노이주 등지의 법원에도 여러 케이스나 사람을 고발해 놓은 상태다. 그는 그같은 법정싸움에 대해 비즈니스상 사기나 횡령을 한 전 동업자나 관련 브로커들에게 받은 물질적 피해를 보상받으려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글렌의 이같은 기부금 관련 소송은 드물기도 하지만 있다해도 공개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기부자를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물밑에서 대개 합의가 된다는 것.
때로는 대학측에서 받은 기부금을 전액 되돌려 줘 버리는(?) 경우도 있다. 예일대학은 1995년 2,000만달러의 거액을 기부한 후 관련학과 교수 임명권을 간섭하려는 한 텍사스 남성에게 전액을 되돌려줬다. USC는 “현재 법정에 계류중이므로 말할 수 없다”고 논평을 거절했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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