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만 오르면 죽을 쒔던 ‘홈런왕’ 배리 본즈(38·사진)가 드디어 꿈의 무대에 올라섰다. 메이저리그 입성 18년만에 마침내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룬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해봤어야 알지…”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2대1로 누르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순간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선수 위상의 본즈는 ‘시골 촌놈’ 같이 보였다. 케니 롭튼의 2사후 끝내기 안타가 터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져 자이언츠 덕아웃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와 어쩔 줄을 몰라했다. 본즈는 이 순간 특유의 잘난 척을 하며 스팟라이트를 독차지해야 걸맞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커리어 최고의 이날에는 오히려 조용히 인터뷰에 응한 뒤 아들 니콜라이를 끌어안고 딸 아이샤와 놀아주는 모습이 목격됐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본즈가 샴페인을 뿌리며 관중석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것도 아마 처음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본즈는 한숨을 돌린 뒤 “드디어 나도 월드시리즈를 맛보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런데 아직 우승한 건 아닌데… 여하튼 내일 아침에나 되면 꿈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73홈런을 쳐 메이저리그 싱글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작성한 본즈의 ‘이력서’에는 4차례 MVP, 600홈런 클럽 멤버, 타격왕, 홈런왕 등 온갖 화려한 경력이 다 적혀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빼고.
통산 디비전 시리즈 타율이 2할7리, NLCS 타율이 1할9푼1리에 불과해 올해서야 ‘큰 경기에 약한 선수’의 탈을 벗은 본즈에게는 일생 한번 올까말까 하는 기회에 꼭 월드시리즈 챔피언의 링을 손가락에 끼어야 한다는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이규태 기자>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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