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요즘 인기 절정의 한국비디오를 빌려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봤다. 협객 김두한씨의 일대기를 다룬 SBS ‘야인시대’였다.
기자는 당초 이 비디오를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주인공이 영화(장군의 아들) 등을 통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인데다, 폭력적인 내용이 아이들에게 좋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작심은 그 드라마의 치솟는 인기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사극 ‘태조 왕건’이 세운 기록을 깨고 시청률 50%를 넘나들고 있을까. 이런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알다시피 김두한씨는 암울했던 일제시대와 해방 초기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사람이다.
그는 독립군 사령관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 고아로 자랐다. 그러나 18세에 당시 ‘한민족의 자존심’이라던 종로통을 평정하고, 20세에는 전국 주먹계를 천하통일했다. 해방 후는 좌익을 깨부수는 우익의 주먹으로, 자유당시절에는 이정재 유지광 등 정치깡패들로부터 야당을 지키는 경비대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정희 시대에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그 유명한 국회 분뇨투척사건을 일으켰다. 강철같던 그도 그때 받은 고문의 휴유증으로 삶을 마감했다.
아직 드라마는 그가 종로통을 평정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나 최근의 인기 추세라면 과거 ‘모래시계’의 인기를 넘어설 전망이다.
’긴또깡(김두한의 일본명) 신드롬’은 우선 그의 삶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극적인 요소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다 ‘존경할 사람’이 없는 시대를 사는 대중들의 ‘영웅’에 대한 갈증이 맞아떨어진 것이라 보여진다.
비록 못 배운 주먹 출신이지만 ‘의리’와 ‘소신’를 중시한 그의 삶이 ‘배신’과 ‘야합’이 판치는 오늘의 현실을 대리만족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두한씨에 대한 지나친 ‘영웅화’는 곤란하다.
그가 의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였다고는 하나 그것이 그의 조직폭력 생활을 미화시킬 수는 없다.
그가 당시 일본 야꾸자들을 혼내줌으로써 억눌려 살던 민초들의 가슴을 어느 정도 후련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독립운동이라고 함은 지나치다.
사실 성공한 드라마는 실제사실과 차이가 많은 경우가 적지 않다. 재미와 시청률에 집착하다보니 픽션이 가해지고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부분만 강조되는 것이다. 김두한씨 후손이나 지인들 이 ‘야인시대’의 내용 중의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사실의 왜곡이 뭐 그리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인시대’는 비록 야사이긴 하나 우리의 근현대사다. 따라서 그 내용을 모른다면 몰라도 아는 한 바르게 기록해야 한다.
특히 그런 조폭드라마가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야인시대 시청자의 64%가 10대라고 한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긴또깡’을 모르면 대화가 안될 정도라고 한다.
미국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시청한다.
청소년들이 조직폭력범죄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거나 의리를 위해서는 사람을 때려 죽여도 괜찮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드라마 시작 전에 ‘15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므로 부모의 시청지도가 필요하다’는 경고문이 나간다고 한다.
부모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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