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남편의 뒷바라지를 자신의 본령으로 알고 살아온‘아줌마’들 중에 뒤늦게나마 어머니와 아내가 아닌 자연인으로서의‘나’를 되찾으려는 시도가 보여 흥미롭다.
생활의 편리상 미국 이름을 사용하거나 남편 성을 따라 개명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주위에는 수십년 동안 자신의 본명을 한 번도 듣지도, 밝히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한인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이름은 단지 자기를 상징하며 타인과 구별 짓는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수 백, 수 천년을 흘러 현재의 나를 이루게 한 가족사가 묻어 있는 이름을 통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하지만 ‘삼종지도’의 울타리에 갇힌 한국 여성들은 본명을 꼭꼭 감춘 채‘길동이 엄마’나 남편 이름 앞에‘미세스’를 붙여 자신을 소개한다. 마치“의사결정권이 없음”을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유난히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부동산 업계에서 남편, 자녀의 이름과 조합해 자신을 광고하는 에이전트가 있다면 고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에이전트의 생명은 바로 자기 이름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신문 기사에서도 출처(소스)와 취재기자의 이름이 밝혀져 있지 않으면 그 기사는 신뢰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기자는 자신의 신용과 명예를 걸고 기사를 쓴다.
“하나님 앞에서는 3세 어린이도 80세 할머니도 똑같은 죄인”이라며 자매와 형제, 집사와 권사 호칭 앞에 꼭 이름을 붙여서 불러 주었던 목사님이 있었다. 그 교회 신도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봉사와 전도에 임해 교회를 부흥시켰던 기억이 있다.
한인 여성들이 아이와 남편의 이름에서 완전히 독립된 이름 석자부터 회복하는 것이‘나만의 생활과 공간’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자신을 바로 바라볼 때만 올바른 헌신과 내조가 있을 수 있다. 이제는‘아줌마’들의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불러주자.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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