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가면을 쓰고 길거리에서 ‘트릭 오 트릿’(Trick or Treat)을 외치며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할로윈 파티 대신에 교회를 중심으로 성령축제를 벌이는 독특한 문화가 한인사회에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 귀신 복장을 하고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는 명절로 널리 퍼져있다. 특히 상인들의 상술이 혼합돼 ‘잭 오 랜턴’으로 장식하고 할로윈 파티를 벌이는 것은 일종의 민속명절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할로윈 거부운동이 한인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교회에서 어린이들이 모여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복장으로 파티를 벌이는 독특한 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캠벨의 세계선교침례교회(담임 이재창 목사)는 31일 저녁 ‘추수감사 축제’라는 명칭으로 한국 음식을 먹고 게임과 선물을 주는 행사로 치를 예정이다. 동 교회는 할로윈을 ‘마귀들의 축제’라고 규정짓고 자녀들이 길거리를 방황하는 대신 교회에 모일 것을 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순복음상항교회(담임 오관진 목사)는 5-6년 전부터 10월 31일을 ‘할렐루야 데이’로 정하고 어린이들을 교회에 모아 성경적인 내용으로 파티를 열고 있다.
플레즌튼의 트라이밸리 한인장로교회(담임 이명섭 목사)도 31일을 ‘빛나는 성령축제’로 정하고 할로윈 파티 대신에 교회당에서 어린이들이 모여 게임을 즐기고 음식을 나누는 행사를 4-5년 전부터 벌이고 있다.
할로윈의 유래에 대해 이명섭 목사는 "2천여년 전 켈트족들이 새해가 시작되는 11월 1일 전날에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내어 죽음의 신을 숭배하는 행사를 벌이던 것"이라며 "이것이 미국에 건너와 대중화되면서 귀신들과 하루를 노는 날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우리가 이같은 풍습에 덩달아 춤을 출 필요가 없고 더구나 어린 자녀들의 영혼을 귀신놀음에 그냥 내어줘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할로윈데이를 교회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헤이워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아이들을 이날에는 교회에 데려가 ‘트릭 오 트릿’에 몰려다니지 않도록 유도한다"면서 "특히 범죄의 위험도 큰 만큼 길거리에 나가는 대신 교회에서 안전한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한인은 "한국의 정월 대보름놀이처럼 할로윈을 하나의 서양명절로 보내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한인들만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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